[길섶에서] 로만 캐모마일/문소영 논설실장

[길섶에서] 로만 캐모마일/문소영 논설실장

문소영 기자
입력 2020-06-17 20:52
수정 2020-06-18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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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농부 11년차인데, 텃밭에는 늘 씨앗이 날아와 싹을 내는지라 파종하지 않아도 제 맘대로 내 밭에 쳐들어와 자라는 녀석들이 있다. 지난해부터 텃밭에 마거리트보다는 작은 쑥갓꽃 크기의 꽃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초여름에 뽑아내기도 지쳐서 그냥 놔뒀더니, 땅주인이 와서 “이 꽃을 말리면 꽃차가 된대요”라며 쓱 지나갔다. 배 아플 때 마시던 캐모마일차 향이다. 얼씨구나!

“언제 수확해요?”

“올해는 틀렸어요. 꽃이 활짝 피기 전에 수확해야 한다던데요.”

그래서 지난해에는 꽃만 즐기고 올봄을 학수고대해 왔다. 지난 주말 꽃 따는 모습을 본 이웃 텃밭지기가 “이 꽃은 꽃차를 만드는 꽃이 아니래요. 더 작고 향기도 달라요”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던졌다. 울고 싶은 심정으로, 그 많은 꽃을 뽑아서 고랑에 엎어 놓았다. 의심을 직업으로 삼는 자답게, 그래도 혹시나 싶어 검색에 들어갔다. 캐모마일, 저먼 캐모마일과 로만 캐모마일로 나뉜다. 저먼은 달곰한 향에 꽃이 작고, 로만은 흰 잎사귀가 크고 쌉싸래한 맛이 강하다. 텃밭 고랑에 엎어 놓은 꽃은 로만 캐모마일로 밝혀진 것이다. 무식해서 손해 봤다. 이번 주말 수확해 새로 장만한 음식건조기에 돌려 선물해야지. 개봉박두!

symun@seoul.co.kr

2020-06-1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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