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한강 강태공 김씨/박록삼 논설위원

[길섶에서] 한강 강태공 김씨/박록삼 논설위원

박록삼 기자
입력 2021-10-05 20:12
수정 2021-10-06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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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씰한 ‘한강 강태공’ 김씨의 하루는 단출하다. 된장국에 대충 밥 말아 먹고 삐그덕대는 자전거 안장에 엉덩이 올린다. 한강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막걸리 한 통, 담배 한 갑, 빵 한 봉지 산다. 그리고 낚싯대 세 개 걸쳐 놓은 뒤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성수대교에 해가 걸쳐질 때 즈음 주섬주섬 낚싯대 거두고 자전거 15분 거리 길을 되밟아 돌아간다. 장어나 가물치 등속을 잡은 날엔 낚시가게에 넘겨 용돈벌이도 한다. 물론 보통 붕어 두어 마리나 잡으면 다행이다. 이런 평범한 일상이 일주일에 두세 번이다.

낚시꾼은 허풍이 좋다는데 김씨는 말수가 없었다. 낯선 이를 딱히 경계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반기지도 않았다. 가끔 주름진 얼굴 위 연한 웃음으로 악의가 없음을 드러낼 따름이었다. 한강변에 점점이 박힌 낚시꾼 중 하나로서 정물과도 같은 존재였다.

평화롭고 여유로운 가을 풍경이다. 2년이 다 돼 가도록 못된 역병이 당최 가시지를 않으니 푸른 가을 하늘 아래서도 평화로움을 말하는 것은 사치스럽다. 그저 김씨가 씨알 좋은 장어나 가물치를 잡은 날이 많기를, 그래서 좀 부풀려 가며 조과를 자랑하는 날이 많아지고 가외 용돈도 좀더 두둑해지기를 바라 본다.

2021-10-0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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