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춘설맞이

[길섶에서] 춘설맞이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24-02-26 03:18
수정 2024-02-26 03:1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얼마 전 딸아이 혼사를 치르고 모처럼 휴가를 낸 날, 밤새 눈이 내렸다. 산책길 양지에선 이미 봄기운이 느껴지는 터에 웬 폭설인가. 오래전 친구들과 잡은 일정이 꼬일 판이다. 날씨가 왜 이 모양이냐며 혼자 궁시렁거리고 있는데 한 친구가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춘설(春雪)이 네 딸 결혼을 축하하는 것 같다고. 하긴 엊그제 우수(雨水)가 지나고 경칩을 향해 가고 있으니 춘설이라 해도 무리는 없겠다.

창을 여니 거실 밖이 온통 눈꽃 세상이다. 집 앞 야트막한 설산이 확 다가서는가 싶더니 서늘한 바람이 코끝에서 부서진다.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는 정지용 시인의 시 ‘춘설’이 생각나게 하는 아침. 지인들이 저마다 설경을 찍어 단톡방에 올리며 춘설을 맞는 기쁨을 공유한다. “이렇게 탐스러운 춘설은 처음”이라면서. 뭔가 올해는 일이 잘 풀릴 것 같다는 희망도 얘기한다. 일어나자마자 일정이 어그러졌다며 투덜거린 나의 ‘춘설맞이’는 얼마나 가볍고 초라했던지.
2024-02-26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