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시들어 가는 가을

[길섶에서] 시들어 가는 가을

박상숙 기자
박상숙 기자
입력 2024-10-02 23:50
수정 2024-10-02 23:5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집 앞 골목길 끝 쪽에 수풀이 무성하다. 원래 가정집이 있던 자리인데 주인이 새 집을 지으려고 싹 허물고 터만 닦아 놓은 채 방치된 지 2년이 되어 가는 듯하다. 속 타는 집주인 대신 들어선 자연은 무심하다. 순식간에 뿌리를 내리고 저렇게 우거질 수 있다니. 아무도 돌보지 않는데 어디서 날아든 것인지 거의 밀림 수준이다. 끈질긴 자연의 생명력 운운이 괜한 말이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

새로운 보금자리에 대한 희망을 키웠을 텐데 돌변한 경제 상황이 발목을 잡았을 거다. 금리 인상, 인건비 상승 등으로 껑충 뛴 건축비는 내려올 생각이 없다. 다음을 기약하자 했을 텐데 올해도 석 달이면 다 지나가니 낙심하고 있을 주인의 마음이 절로 헤아려진다.

그러고 보니 2년 전 위풍당당하게 문을 열었던 동네 식자재 마트도 가끔 들를 때마다 빈 매대를 그대로 방치해 놓고 있었다. 재고 소진 후 조만간 영업을 중단할 분위기다. 채워지지 않고 비어만 가는 동네를 보니 시들어 가는 민생경제가 절실하게 체감된다. 갑자기 바람까지 차가워졌다.
2024-10-03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 여러분은 만족한가요?
15년 만에 단행된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 이후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라는 혹평과 함께 별점 1점 리뷰가 줄줄이 올라왔고, 일부 이용자들은 업데이트를 강제로 되돌려야 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카카오는 개선안 카드를 꺼냈다. 이번 개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1. 개편 전 버전이 더 낫다.
2. 개편된 버전이 좋다.
3. 적응되면 괜찮을 것 같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