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청계천 이팝나무/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청계천 이팝나무/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4-05-12 00:00
수정 2014-05-12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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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계천 이팝나무의 마지막 꽃잎이 지고 있다. 올해는 세월호 사고의 여파로 지근의 이팝 꽃을 즐기지 못한 채 보내는 게 못내 아쉽다. 늦은 봄날, 겨울 흰 눈이 쌓인 것 같은 이팝 꽃의 모습은 운치로서는 그만한 게 없다. 야단스레 피었다가 떨어지는 벚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팝이 쌀밥을 뜻하는 ‘이밥’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흥미롭다. 꽃 모양이 쌀알처럼 생겼다. 사연 또한 애달픈 나무다. 제삿밥을 짓던 며느리가 뜸을 확인하려고 밥알을 입에 넣었는데, 오해를 한 시어머니가 심하게 구박해 죽고 며느리 무덤가에는 이팝이 자라났다는 것이다. 배고파 죽은 아이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이팝나무를 무덤 곁에 심었다고도 한다. 둘 다 배고픔의 한이 서려 있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이팝 꽃이 필 때면 이웃 간 정을 도탑게 하려는 잔치를 여는 풍습도 있다.

청계천 이팝나무 아래에선 며칠째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를 책임지라”고 하고, 대통령은 “사회 분열은 결국 국민의 고통”이라며 어려움을 이겨내자고 호소한다. 어느 게 옳은 건가. 길손에게 현답(賢答)을 묻는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5-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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