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정치인의 수감생활/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정치인의 수감생활/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7-04-17 23:04
수정 2017-04-1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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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이라는 폐쇄된 공간에 갇히면 인간의 본성이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극단적 환경에서는 인간의 이성보다는 욕망이 먼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타계한 신영복 교수가 여름 징역살이를 형벌 중의 형벌이라고 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신 교수는 자신의 옥중 서신을 담은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 나가는 겨울과 달리 여름에는 모로 누어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에서 옆 사람은 단지 37도의 열덩이로만 느끼게 한다”며 감방 동료를 미워하게 될까 봐 마음을 추슬렀단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4년간 시베리아에서 징역살이를 했다. 그는 동생 안드레이에게 “그 기간은 1분 1초가 영혼을 돌로 압박하는 듯한 고통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감옥 담장 밖 세상에서 큰소리치던 정치인들에게 이런 특수한 환경은 더욱 힘들 것이다. 하지만 ‘국립대학’이라는 말이 있듯이 교도소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으며 의미 있게 지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열 달 동안 징역을 산 정두언 전 의원은 하루 세끼마다 예배를 드리며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신앙심 깊은 ‘국립기도원’ 생활을 통해 과거에 잘못한 일들이 떠올라 “내가 이런 벌을 받아도 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그가 무죄 확정 판결 후 ‘법정 무죄, 인생 유죄’를 주장한 배경이다.

정봉주 전 의원은 17대 대선에서 허위사실 유포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년을 감옥살이했다. 그는 입소 전 3주간 맨손 운동법을 전문 트레이너로부터 배운 후 그곳에서 어떤 헬스기구도 없이 화려한 근육질의 몸매를 만들어 출소해 화제가 됐다. ‘골방이 너희를 몸짱이 되게 하리라’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된 정치인들의 교도소 생활이 간간이 들린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페트병으로 근력 운동을 하고, ‘구치소를 누비고 다닌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잘 지낸다고 한다. 반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등 힘들어한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운동은 하지 않고 독서나 TV 시청으로 조용하게 생활한단다. 몸과 마음을 잘 다스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체신을 잃지 않는 수감생활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박정희 정권 시절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무기수로 20년간 옥살이를 하면서도 인간의 존엄과 품위를 지킨 신 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었으면 한다.
2017-04-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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