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창업 행정비용/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창업 행정비용/전경하 논설위원

전경하 기자
전경하 기자
입력 2020-02-04 22:38
수정 2020-02-05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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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국제경제기구 중 하나인 세계은행은 매년 변호사, 회계사, 컨설턴트 등에게 물어 각 나라의 기업환경보고서를 발표한다. 창업, 자금 조달, 세금 납부, 퇴출 등 기업 생애주기에 따른 10개 분야별로 평가해 종합순위를 발표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기준 기업환경 평가에서 한국은 190개 나라 가운데 5위로 최상위권에 속한다. 평가가 주로 법령 분석에 그치고 제도의 경직성, 노동규제, 보이지 않는 그림자규제 등은 빠져 있어 기업환경 전반에 대한 종합평가로 보기에는 미흡하지만 그래도 높은 순위는 긍정적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전기공급(2위), 법적 분쟁 해결(2위), 세금 납부(21) 등이 순위가 높았지만 자금조달(67위), 통관행정(36위), 창업(33위) 등은 낮았다.

창업은 절차, 소요시간, 행정비용 등을 평가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어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 창업 행정비용이 2위라고 발표했다. 법인등기 등록면허세, 법인 인감 제작, 온라인 법인 등록비 등 창업 행정절차를 끝내는 데 490만원이 필요하다고 계산됐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이탈리아(514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영국(2만원), 뉴질랜드(9만원) 등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OECD 평균 창업비용(113만원)의 4배가 넘는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창업비용도 14.6%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15.2%)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창업절차는 회사 직인 제작, 온라인법인시스템 등록 및 법인설립비 지불, 세무서 등록 등 3개이고 이 절차를 끝내려면 8일이 걸린다. OECD 평균 5.1개 절차보다 적고 9일의 소요시간보다는 짧다.

기업환경평가에서 한국이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항목은 자금조달로 67위다. 이는 전체 기업 기준이니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더욱 자금조달이 아쉬울 거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18년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창업 장애요인을 물은 결과 66.3%가 창업자금 확보의 어려움을 꼽았다. 창업해도 3년 이상 버티기가 쉽지 않다.

통계청의 기업생멸행정통계에 따르면 창업기업 중 3년 이상 버티는 기업은 10개 중 4개(39%) 정도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스웨덴(75%), 영국(59%), 미국(58%) 등과 비교해 매우 낮고 비교가능한 26개국 가운데 25위로 거의 꼴찌 수준이다. 창업 이후 3~7년에 해당하는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한 스타트업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배달앱인 ‘배달의민족’ 인수합병(M&A) 이후 많은 스타트업이 잭팟을 꿈꾸지만, M&A 때까지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받는 행정비용을 OECD 평균수준으로 줄여 줘야 한다.

lark3@seoul.co.kr
2020-02-05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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