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전문 이유경 기자 태국 현지 전화인터뷰
방콕의 시위현장에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분쟁전문기자 이유경(37)씨가 시위대 점거지역 안팎을 넘나들며 취재활동을 벌이고 있다. 18일 오후 연결된 전화를 통해 이 기자로부터 생생한 현장소식을 들어봤다. 통화는 오후 2시부터 30분간 이뤄졌다.→레드셔츠 농성장의 분위기는.
-시위 본부에선 계속 앉아서 노래하고 연설을 듣는다. 거의 24시간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최후통첩을 보낸 상황이지만 시위대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해산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군대가 두렵다는 시위자는 지금까지 딱 한 명 봤다. 다들 안 무섭다고 말한다. 방콕 경찰은 레드셔츠를 잡지 않는다. 레드셔츠도 경찰을 건드리지 않는다. 때문에 경찰이 친(親) 레드셔츠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시위대 규모는.
-5000명 정도인데 대부분 지방출신 농민들이다. 상당수가 여성, 아줌마들이고 어린이들도 조금 있다. 남자들은 대부분 농성장 주변에 설치된 6곳의 바리케이드를 지키고 있다. 밤이 되면 전기가 끊어져 어둡다. 물은 나온다. 요즘 음식 공급이 어려워졌지만 아직은 괜찮다. 여성이나 어린이들을 ‘인간 방패’로 시위의 전면에 세운다는 보도도 있기는 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번 유혈충돌의 발단이 뭔가.
-태국 정부가 13일 방콕 시내 중심가에 있는 농성장을 원천봉쇄했다. 그동안 퇴근 뒤에 시위에 동참하던 사람들이 농성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같은 조치가 폭력사태를 초래했다. 한마디로 시위현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과 막으려는 경찰이 충돌한 것이다.
→방콕 시민들의 움직임은.
-일반 시민들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짜증을 내고 있다. 레드셔츠에 질린 듯싶다. 특히 방콕 중산층이나 엘리트들 가운데 다수는 왕당파 성향이 강하다. ‘우리는 왕을 사랑한다.’가 옐로셔츠 조직의 구호다. 이들은 줄곧 계엄령을 선포해 시위대를 강제 진압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콕 중산층에게 시골 농민들은 이등국민이나 다름없다. 옐로셔츠가 농성장 옆에서 시위대 해산을 요구하며 개최한 집회에 가봤는데 농민들을 대놓고 비하하는 구호가 난무하는데 놀라웠다. 계급갈등이 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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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9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