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아찌아족 한글교육 1년…글 실력 ‘괄목상대’

찌아찌아족 한글교육 1년…글 실력 ‘괄목상대’

입력 2010-07-27 00:00
수정 2010-07-27 07:5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도로 곳곳 한글 표지판…“한글은 더 나은 삶 꿈꾸는 수단”

 한글이 보급된 지 겨우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에게는 이미 생활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연합뉴스 취재진이 지난 17일 오전 한글로 된 교과서로 찌아찌아어를 가르치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州) 바우바우시(市)의 까루야바루 초등학교를 찾았을 때 한글 열풍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심에서 승합차를 타고 20여분 달려 찌아찌아족이 사는 소라올리오 지구에 도착하자 유일한 현지 한글교사인 아비딘 씨가 만들었다는 한글 도로 표지판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그날은 훈민정음 학회에서 파견 나온 한국인 교사 정덕영(49)씨가 이 학교 4학년 A,B반 학생들에게 첫 한글 수업을 했다.

 까르야바루 초교는 지난해 7월21일 4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처음 한글 수업을 했고,이달 시작된 새 학년도부터는 5학년으로 올라간 학생들과 새로 4학년이 된 학생이 한글을 배운다.

 학교에 들어서자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뛰놀던 학생들이 달려와 한국말로 취재진을 반겼다.

 경계심과 호기심이 뒤섞인 눈빛으로 기자를 멀찌감치서 바라보기만 했던 지난해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꼬니에모? 안까당안 머눌리스.사뚜 두와.(알았니? 다같이 써봐요.하나 둘.)”학교 왼편에 있는 50㎡ 남짓한 넓이의 작은 교실로 들어서자 정씨가 인도네시아어와 찌아찌아어를 섞어가며 한글을 가르치고 있었다.

 4학년 A,B반 학생 44명은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기역,니은,디귿,리을’을 그리는 정씨의 손끝을 주시했다.

 책걸상이 부족한 탓에 의자 2개를 붙여 3∼4명의 학생이 걸터앉아있는 모습이 다소 불안해 보였지만 정씨가 그린 글자를 노트에 꾹꾹 눌러 받아적는 학생들의 눈빛에서는 열 살짜리 답지 않은 열정이 엿보였다.그야말로 ‘열공모드’였다.

 정씨가 호명한 학생들이 하나하나 칠판 앞으로 나와 글자를 쓰자 학생들이 환호성과 함께 손뼉을 쳤다.교실 밖에서 까치발을 하며 수업을 참관하던 5학년 학생들도 큰 박수를 보냈다.

 이날 수업에서 학생들이 한글로 된 이름표를 만들기도 했다.

 대부분은 한글을 처음 접한 탓에 정씨와 취재진이 일일이 이름을 써줘야 했지만 예닐곱 학생들은 A4용지를 3등분 한 종이에 또박또박 자신의 이름을 직접 적어 냈다.

 ‘이안’이라고 쓰인 이름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정씨의 도움을 기다리는 옆자리 학생들 사이에서 의기양양해하던 한 소녀는 “근처 사촌 언니에게서 어깨너머로 배웠다”고 자랑했다.

 자신의 이름표를 일찌감치 만들어 놓고 주변 급우들의 이름표를 만들어주던 누르살마(10)양은 “5학년인 동네 오빠의 교재를 보고 혼자 글을 깨쳤다”고 말했다.

 정씨는 “1년간 한글을 배운 5학년 학생의 99%가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완벽히 표기하고 읽을 줄 안다”면서도 “한글이 워낙 배우기 쉬워 ‘반나절 문자’라지 않나.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며 빙그레 웃었다.

 이곳 학생들에게 한글은 전통과 문화를 지키는 도구임과 동시에 더 나은 삶을 꿈꾸게 하는 매개체이기도 했다.

 이틀 뒤 취재진이 한글과 함께 한국어 교육도 하는 제6고교 2학년 교실을 찾았다.

 앞자리에 앉은 장신의 학생이 교실 앞으로 나가 한국말로 “준비됐나요?”라고 외치자 학생들은 “파란하늘 하늘색 풍선은 우리 맘속에 영원할거야∼”로 시작되는 가수 GOD의 ‘하늘색 풍선’을 부르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발음은 1년간 배운 한국어 실력이라고 하기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정확했다.

 학생들은 몇 달 전 한국어 교육 자원봉사를 위해 서울에서 온 대학생이 가르쳐준 노래라고 귀띔했다.

 학생들은 한국어의 복잡한 어미 변형과 다양한 조사는 완전히 깨치지 못했지만,실생활에 쓰이는 기본적인 어휘 정도는 대부분 알고 있어 의사소통에 큰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자신을 “까루야바루에서 사는 누리안또”라고 한국말로 소개한 키 큰 학생은 취재진을 학교에서 3㎞ 정도 떨어진 자택으로 초대했다.

 그는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더 연습하려는 듯 집으로 향하는 내내 쉴 새 없이 서툰 한국말로 질문을 던졌다.

 누리안또의 방에 들어서자 ‘한국에 가고 싶다’ ‘저는 한국에 가고 싶어요.그리고 한국에 살고 싶어요’라고 쓰여있는 메모지가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나무 벽 곳곳에 붙어 있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누울 수 있을 정도로 좁은 방안에는 어두운 밤에 겨우 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불빛이 약한 전구 하나가 흐릿하게 켜 있었다.

 그는 같은 반 친구인 삼시르에게서 빌린 사전과 얼마 전 다른 친구에게서 선물 받은 교재로 매일 밤늦게까지 한국어를 공부한다고 했다.

 언젠가 한국 여행업체에서 일하고 싶다는 누리안또는 처음에는 한국어가 어렵게 느껴져서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지만 삼시르가 지난 겨울 서울시의 초대로 한국에 갔다 와서 자랑을 늘어놓자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바우바우시에 거주하는 찌아찌아족은 8만여명이지만 누리안또의 부모를 포함한 대부분은 농업,어업 등 1차산업에 종사한다.

 중앙이나 지방의 관직은 대부분 울리오족이 차지했고,상업은 다른 여느 동남아시아 지역과 마찬가지로 화교가 주도권을 장악했다.

 한국외대 인도네시아어학과 전태현 교수는 27일 “사실상 이곳은 인도의 카스트 제도와 같은 공고한 신분제가 아직 존속하는 지역이다”고 말했다.

김지향 서울시의원 “지상은 39도, 지하도 31도 넘었다···서울지하철 폭염 재난수준”

117년 만의 기록적 폭염 속에서 서울지하철 일부 역사가 체감온도 40도에 가까운 ‘찜통’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향 서울시의원(국민의힘, 영등포 제4선거구)은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지하철 각 호선 주요 역사 17개 역을 대상으로 오전 8시, 오후 3시, 오후 6시의 온도를 표본 측정자료를 분석한 결과, 옥수역의 경우 24일 오후 3시 39.3도, 오후 6시 38.1도를 기록하는 등 시민들은 ‘찜통역’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2호선 성수역 또한 24일 오후 39도를 기록하는 등 매우 높은 온도를 기록했으며 조사한 3일간 오전 8시 온도 역시 30도를 넘겨 오후 기록보다는 낮지만, 서울지하철 기준온도(가동기준온도 29℃)보다 높은 것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지하역사인 아현역(최고 31.2도), 한성대입구역(최고 31.5도), 서울역(30.5도)도 조사 기간 내 오후뿐만 아니라 아침 시간대에도 이미 29~30도를 기록하여 시민들이 온종일 더위에 노출되고 있으며, 실제 체감온도는 측정치보다 훨씬 높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상역사에 비해 지하역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이지만, 밀폐 구조로 인해 공기가
thumbnail - 김지향 서울시의원 “지상은 39도, 지하도 31도 넘었다···서울지하철 폭염 재난수준”

 바우바우<인도네시아>=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