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20주년 기념식이 3일(현지시간) 북부도시 브레멘 중심가 성 페트리 성당에서 열렸다. 크리스티안 불프 독일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독일 정부 요인들은 오전 10시에 열린 기념식에서 냉전을 넘어 국민의 힘으로 베를린 장벽을 허문 역사를 자축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세계 각국 사절 수백명도 기념식에 참석해 한뜻으로 축하했다. 기념식은 통일 첫해인 1990년 수도 베를린에서 열린 뒤 연방제를 공고히 하는 의미에서 매년 각주를 순회하면서 열리고 있다.
1시간가량 진행된 기념식에서 불프 대통령은 통일이 “속박받지 않는 애국심과 국가에 대한 공개적인 헌신”을 발전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통일 이후 과제 가운데 하나로 이슬람계 사회 통합 문제를 거론하며 “기독교가 독일의 일부이고, 유대교가 독일의 일부인 것처럼 이제 이슬람도 독일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비디오 메시지에서 “우리가 독일을 신속히 재건하고 세계에서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동독인들이 자유를 향해 싸우고 서독인들이 지원과 동조를 했던 단합된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공식 행사가 열린 브레멘을 비롯, 베를린 등지에서는 전날부터 축제의 장이 벌어졌다. 그림 형제의 동화 ‘브레멘 음악대’로 유명한 브레멘은 축제 열기로 뜨거웠다. 쌀쌀한 가을날씨에도 독일인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20년전 그날의 감동을 되살리며 축배를 들었다.
시청앞 무대와 베저강변 유로파하펜 무대에서 3일에 걸친 초대형 음악축제가 계속됐다. 1980년대의 팝스타 니나, 데이비드 가렛 등 브레멘 출신 스타들의 공연이 50회 이상 마련됐다. 공식 행사가 끝난 후에는 행사가 열린 성 페트리 성당 앞부터 시청을 거쳐 베저강변을 따라 긴 가장행렬이 오후 내내 이어졌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거리로 나서 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추며 축제 분위기를 마음껏 즐겼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 설치된 대형 무대에서는 전세계에서 초청된 음악가들이 전날부터 공연을 이어가며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다만 올해 행사의 메인 스폰서가 미국기업 코카콜라라는 점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라이프치히, 드레스덴 등지의 오페라 극장에서는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일 도시는 비교적 차분하게 이날을 보냈다. 지난해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기념식이 성대하게 열리면서 일반인들은 올해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베를린 유학생 박은영씨는 “독일인들 상당수가 브레멘에서 공식 행사가 열린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다.”면서 “지난해가 20주년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통일 이후 독일사회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내부통합 문제도 곳곳에서 불거졌다. 브레멘 중앙역앞 광장에서는 수만명의 시위대가 모여 반민족주의를 외치며 경찰과 대립했다. 연단에 올라선 한 좌파운동가는 “독일은 점차 국수주의적이고 폐쇄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면서 “자본주의를 무조건 우선시하고, 인종차별적인 정책을 일삼는다면 독일은 또다시 역사의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광장 앞에서도 시위대의 행렬이 이어졌다. 슈투트가르트에서 올라온 수백명의 시위대는 “주정부가 지역 경제를 부흥시킨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경기장을 짓고 있다.”면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폭력으로 진압한 경찰들을 고발하려고 통독 행사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베를린·브레멘 박건형 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한쪽선 환영 인파가…
3일(현지시간) 독일 통일 2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북부도시 브레멘에 도착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환영인파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옛 동독에서 청 소년기를 보낸 메르켈 총리는 “통일이 안 됐더라면 평 범한 과학자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멘 AP 특약
브레멘 AP 특약
1시간가량 진행된 기념식에서 불프 대통령은 통일이 “속박받지 않는 애국심과 국가에 대한 공개적인 헌신”을 발전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통일 이후 과제 가운데 하나로 이슬람계 사회 통합 문제를 거론하며 “기독교가 독일의 일부이고, 유대교가 독일의 일부인 것처럼 이제 이슬람도 독일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비디오 메시지에서 “우리가 독일을 신속히 재건하고 세계에서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동독인들이 자유를 향해 싸우고 서독인들이 지원과 동조를 했던 단합된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공식 행사가 열린 브레멘을 비롯, 베를린 등지에서는 전날부터 축제의 장이 벌어졌다. 그림 형제의 동화 ‘브레멘 음악대’로 유명한 브레멘은 축제 열기로 뜨거웠다. 쌀쌀한 가을날씨에도 독일인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20년전 그날의 감동을 되살리며 축배를 들었다.
시청앞 무대와 베저강변 유로파하펜 무대에서 3일에 걸친 초대형 음악축제가 계속됐다. 1980년대의 팝스타 니나, 데이비드 가렛 등 브레멘 출신 스타들의 공연이 50회 이상 마련됐다. 공식 행사가 끝난 후에는 행사가 열린 성 페트리 성당 앞부터 시청을 거쳐 베저강변을 따라 긴 가장행렬이 오후 내내 이어졌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거리로 나서 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추며 축제 분위기를 마음껏 즐겼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 설치된 대형 무대에서는 전세계에서 초청된 음악가들이 전날부터 공연을 이어가며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다만 올해 행사의 메인 스폰서가 미국기업 코카콜라라는 점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라이프치히, 드레스덴 등지의 오페라 극장에서는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일 도시는 비교적 차분하게 이날을 보냈다. 지난해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기념식이 성대하게 열리면서 일반인들은 올해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베를린 유학생 박은영씨는 “독일인들 상당수가 브레멘에서 공식 행사가 열린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다.”면서 “지난해가 20주년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통일 이후 독일사회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내부통합 문제도 곳곳에서 불거졌다. 브레멘 중앙역앞 광장에서는 수만명의 시위대가 모여 반민족주의를 외치며 경찰과 대립했다. 연단에 올라선 한 좌파운동가는 “독일은 점차 국수주의적이고 폐쇄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면서 “자본주의를 무조건 우선시하고, 인종차별적인 정책을 일삼는다면 독일은 또다시 역사의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광장 앞에서도 시위대의 행렬이 이어졌다. 슈투트가르트에서 올라온 수백명의 시위대는 “주정부가 지역 경제를 부흥시킨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경기장을 짓고 있다.”면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폭력으로 진압한 경찰들을 고발하려고 통독 행사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베를린·브레멘 박건형 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2010-10-04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