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두목과 정치인, 길은 달라도 둘은 형제였다

갱두목과 정치인, 길은 달라도 둘은 형제였다

입력 2011-06-26 00:00
수정 2011-06-2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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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니·윌리엄 벌저 형제…스코세지 갱 영화 ‘디파티드’에 영감

형제의 길은 달랐다. 형은 지하 갱조직의 일인자였고 동생은 주(州)의회 의장이었다. 동생은 도주한 형 때문에 직위를 잃었지만 끝까지 형을 배신하지 않았다. 가는 길은 달랐어도 ‘패밀리’에 대한 신의는 같았던 것이다.

갱 영화처럼 들릴 수 있는 이 이야기는 16년간 도피생활 끝에 지난 22일 미 연방수사국(FBI)에 붙잡힌 제임스 ‘휘트니’ 벌저 형제의 실화다.

형 휘트니는 보스턴에 기반을 둔 아일랜드계 ‘윈터 힐 갱’의 두목으로 모두 19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라이벌 갱단 ‘뉴 잉글랜드 마피아’의 정보를 FBI에 제공하는 정보원으로도 오랫동안 일했다.

그의 이러한 이력은 2006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홍콩영화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할리우드 영화 ‘디파티드’를 제작하게 한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휘트니보다 5세 아래인 윌리엄은 1978년부터 17년간 매사추세츠주 상원 의장이었고 이후 2003년까지 매사추세츠대학 총장을 지냈다.

서로 다른 세계에 살았지만 많은 부분에서 판박이 꼴인 두 형제의 일생은 휘감겨 돌지만 결코 교차하지 않은 채 삶의 이중나선구조를 그린다.

두 사람의 삶은 어려서부터 궤도를 달리했다.

윌리엄이 1996년 출간한 회고록 ‘음악이 흐르는 동안’(원제: While the Music Lasts)에 따르면 휘트니는 어려서 가출해 서커스단을 따라다니기도 했고, 공군에 입대해서는 문제를 일으켜 불명예 제대했다.

휘트니는 이후 은행강도들과 어울렸고 1956년 3건의 은행강도 혐의로 20년형을 선고받았다.

휘트니가 유죄판결을 받은 지 4년 후 동생 윌리엄은 주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됐다.

형의 범죄혐의가 갈수록 흉포해져 가는 동안 동생은 의회에서 승승장구했다. 윌리엄은 1970년에 주상원의원이 됐고 8년 후 상원 의장직에 올랐다.

하지만 갱 두목 형이 있다는 사실은 내내 윌리엄의 경력을 따라다녔다.

그러던 중 1995년 휘트니가 정식 기소를 하루 앞두고 도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형 때문에 하루아침에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에 몰린 윌리엄이지만 형에게 등을 돌리지 않았다.

당시 그는 “형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재소자는 조기 출소를 보장받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증언을 ‘매수’하는 검찰을 비난했다.

이보다 앞서 휘트니 사건으로 대배심 증언대에 섰던 윌리엄은 형에게 자수를 권유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현지 신문 보스톤글로브가 보도한 속기록에 따르면 윌리엄은 당시 “형에게 불리한 어떤 일도 하고 싶지 않다. 형을 잡으려는 사람을 도울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형으로 인한 고충은 의원직 사퇴로 끝나지 않았다.

2003년 FBI 내부와 휘트니의 연루설이 사실로 드러난 후 윌리엄은 매사추세츠대 총장직에서도 사임했다.

윌리엄이 비록 주류 사회 엘리트이지만 형제에 끝까지 신의를 지키는 것이나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적을 철저히 응징하는 면에서는 갱 리더 형과 닮았다는 평가도 있다.

휘트니와 윌리엄의 끈끈한 관계와 ‘패밀리’ 기질을 보여주는 이런 일화도 있다.

1994년 윌리엄 키팅 등 같은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윌리엄을 의장직에서 끌어내리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하지만 이후 휘트니의 갱 단원들이 키팅 의원 지역구까지 와서 공화당 지지 활동을 하고 다녔다는 후문이다.

이제는 함께 늙어가는 형제는 지난 24일 법정에서 짧게 재회했다.

81세의 휘트니는 동생을 향해 미소 짓고는, 입 모양으로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넸고 동생 역시 미소로 되받았다.

윌리엄은 법정 앞에서 기다리는 기자들에게 감정에 북받친 목소리로 “어색했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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