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장애인 돌변·자전거 폭탄·부부동반 자폭단…
이라크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상습적 테러 위협에 시달려 온 중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신종 테러 공격에 또 한번 몸살을 앓고 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테러범으로 돌변하는가 하면 한가로이 주변을 지나던 자전거가 폭발하는 등 일상을 위협하는 새로운 수법 앞에서 시민들은 잔뜩 겁에 질렸다. 탈레반 등 이 지역 테러 조직은 무력 시위를 통해 “세력이 위축됐어도 여전히 힘이 남아 있다.”고 호언한다. 아프간 출구 전략 및 파키스탄과의 공조 회복 등을 꾀하는 미국은 새로운 골칫거리 앞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이라크에서는 26일(현지시간) 휠체어를 이용한 자폭 테러가 발생해 경찰관 2명 등 3명이 숨졌다. 휠체어를 탄 테러범은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타르미야의 경찰서를 찾아가 “테러로 장애가 생겼다는 사실 증명서가 필요하다.”며 민원인처럼 행세하다 범행을 저질렀다. 카심 칼리파 타르미야 시의회 의장은 “범인이 실제로 장애인인지, 아니면 보안요원의 시선을 돌리려고 휠체어를 탔는지 불명확하다.”면서 “휠체어를 탔기 때문에 경찰이 몸수색을 철저히 하지 않았고 무방비 상태로 경찰서 대기실에 들여 보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드즈주의 한 시장에서는 지난 24일 자전거를 이용한 폭탄테러가 발생, 경찰 1명 등 모두 6명이 죽고 22명이 다쳤다.
수법뿐 아니라 테러범들의 신분도 변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아프간 접경지역인 와지리스탄에서는 지난 25일 부부로 이뤄진 테러팀이 이 지역 경찰서를 자폭 공격해 경찰 7명 등 모두 8명이 숨졌다. 이 부부는 부르카(전신을 덮는 이슬람 전통 의상) 안에 소총과 수류탄, 폭탄 조끼 등을 숨긴 채 경찰에 항의할 것이 있는 것처럼 속여 경찰서 내부로 진입했다. 이후 경찰서 직원을 붙잡고 몇 시간 동안 인질극을 벌이다 자폭했다. BBC방송은 파키스탄에서 부부가 자살 폭탄테러를 벌인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파키스탄에서 활동 중인 탈레반 측은 이번 공격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히면서 “이번 공격은 지난달 오사마 빈라덴 사살에 따른 복수다. 우리는 기존과 다른 (공격) 전략을 쓸 것”이라고 협박했다. 탈레반은 지난달 2일 빈라덴이 미국 특수부대에 사살되자 보복을 공언하고는 파키스탄-아프간 국경지대에서 잇단 테러를 벌여 왔다. 그런가 하면 아프간에서는 지난 25일 여덟 살된 여자 아이가 폭발물이 든 줄 모르고 반군이 건네준 가방을 든 채 경찰서 인근으로 이동하다가 폭발해 숨지기도 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1-06-28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