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희생도 날로 증가…병원 한 곳에만 시신 170구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군과 반군이 격전을 치르는 수도 트리폴리에서 양측이 서로 무자비하게 처형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로이터통신은 25일(현지시각) 트리폴리 중심가의 군기지에서 카다피군 30여명의 시신이 발견됐고 이 중 최소 2명이 플라스틱 수갑에 묶여 있어 이들이 처형됐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총알세례를 받아 몸이 벌집처럼 된 시신들은 카다피의 사진, 카다피 정권의 상징인 녹색 깃발 등과 함께 널브러져 있었고, 이 중 2구는 훼손이 너무 심해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반군이 장악한 카다피의 요새 밥 알-지지야에서는 카다피 정부군이 처형한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의 시신들이 발견됐다.
국제의료봉사단의 크리스티 캠벨은 “트리폴리의 미티가 병원에 시신 17구가 트럭에 싣려 왔다”며 “이 시신들은 밥 알-지지야에서 10일 전에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캠벨은 더 많은 시신이 있다고 보고됐지만 “당시 내가 센 것만 17구였다”고 덧붙였다.
반군이 트리폴리에 진입한 지난 20일 이후 시가전이 이어지면서 민간인의 희생도 날로 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6일 포격 속에서 목숨을 잃은 민간인 시신 170구가 셰르 자위야 병원 시체 안치소를 거쳐갔다고 보도했다.
이 병원에서 25년간 일한 압델 라자크 라마단은 “반정부 시위가 시작되고 6개월간 55구의 시신이 안치소에 들어왔다”며 “그런데 지난 며칠 동안 들어온 시신만 170구”라고 참상을 전했다.
라마단은 “부모들이 매일같이 병원에 자녀를 찾으러 오는 모습은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높은 기온에 부패한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겹겹의 마스크가 필요하며, 희생자 유가족들은 울부짖으며 영안실을 떠난다고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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