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를 못 이겨 자살한 중국 지방 대도시의 한 하청업자의 업무일지에서 관공서에 뇌물을 준 기록이 발견돼 중국 사회의 뇌물수수 및 청탁 관행의 일단을 드러냈다.
충칭(重慶)시 윈양(雲陽)현에 거주하는 40세 하청업자 위윈(余雲)은 지난 7월7일 심야에 강물에 투신해 자살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빚이 너무 많아 엄청난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인간세계에 아무런 미련이 남아있지 않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의 부채는 친척에게 빌린 것과 고리대금을 포함 약 400만 위안(약 6억7천600만 원)으로 추산된다.
사무실에선 업무일지 식으로 기록된 금전출납부가 발견됐고 그 중에는 건설위원회 등 정부기구를 대상으로 한 ‘초대 및 선물’ 목록이 담겨 있었다고 중경만보(重慶晩報)가 27일 보도했다.
이 목록 중 일부에는 윈양현 건설위원회 건설감찰대대 찬조금 3천 위안(약 50만 원), 윈양현 공안국 제2파출소 위문금 3천 위안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중국에서 건축 등의 하청업체는 대부분 영세업체다. 400만 위안의 채무를 못이겨 자살했다는 점을 보면 위씨 역시 영세업자로 추측된다.
수없이 많은 이런 영세 하청업체 마저 건설위원회, 파출소 등에 찬조금, 위문금 등을 냈다면 중국의 뇌물수수나 부패 관행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류즈쥔(劉志軍) 전 철도부장의 낙마에서 드러난 것처럼 고위층은 물론 지방도시의 하급 행정 기관에 이르기까지 각종 명목으로 크고 작은 업체들의 돈을 받는 행태는 중국의 커다란 사회문제로 꼽히고 있으며 중국당국은 지속적인 반부패 캠페인을 펼치고 있으나 뚜렷하게 개선된 징후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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