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의 ‘핵개발 의지’와 한미 갈등

박정희의 ‘핵개발 의지’와 한미 갈등

입력 2011-09-26 00:00
수정 2011-09-26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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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핵개발’을 주제로 한 1978년 9월5일자 미 중앙정보국(CIA)의 비밀문건은 박정희 대통령의 핵개발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그리고 미국 정부가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CIA 문건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70년대 이후 미국 정부가 ‘닉슨독트린(아시아에서의 미군 역할 축소)’에 따라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등 새로운 한반도 정책을 추진하자 자주국방 차원에서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에 착수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1년 3월 한국 정부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한 채 제7사단 병력 등 2만명의 주한미군을 철수한 뒤 제2사단 병력을 포함한 제1군단 병력도 철수하기로 했다. 휴전 이후 유지돼온 6만3천명 규모의 주한미군 병력이 갑자기 4만3천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전쟁억지력에 의존해온 박 대통령은 “온 국민이 힘을 합쳐 고슴도치가 되는” 길로 핵무기를 보유하는 ‘비밀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최근 공개된 정부의 외교문서들에서 확인되고 있다.

특히 1975년 4월 베트남 전쟁이 공산화로 끝나자 박 대통령은 ‘번개 사업’으로 명명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당시 최형섭 과기처장관의 지휘하에 대전 기계창에서 부품을 만들고, 기상 측후소로 위장된 곳에서 성능시험을 했다고 한다.

그후 한국은 프랑스와 비밀리에 핵 재처리 시설 및 기술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자 미국은 이를 막기위해 총력전에 나섰고, 한미간 갈등은 고조됐다. 결국 미국은 2사단 병력 철수를 유예하고 한미 통합군단인 제1군단 사령부를 창설했다.

이 과정에서 1976년 8월 북한의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은 ‘폴 버니언 작전’으로 불리는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전개했다.

판문점 쪽으로 미군 공격 헬기와 코브라 공격용 헬기, B-52 폭격기, F-4 폭격기, F-111 전폭기가 대거 떴고 서해상에는 미드웨이 항공모함이 대기했다. 북한이 저항하면 발포한다는 방침도 서 있어 제3차 세계대전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거대한 미군의 무력 앞에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결국 ‘각서’로 유감을 표시했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여 전쟁 위기는 면하게 됐다.

박 대통령은 판문점 도끼 만행 시 미국이 보여준 강력한 대북 응징의지와 확고한 안보공약 이행을 높이 사 ‘핵개발 포기’ 결정을 1976년 하반기 미국 측에 통보했다는게 그동안의 정설이다.

그러나 1977년 ‘인권외교’를 주창한 지미 카터 대통령이 취임한 뒤 유보돼있던 2사단 병력감축에 더해 전술 핵무기까지 철수하겠다는 방침을 정하자 박정희 대통령은 다시 핵 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공개된 CIA 문건은 이 즈음의 상황과 연관된 내용이다.

박 대통령은 CIA 문건 작성 다음해인 1979년 10월26일 김재규에 의해 살해당한다. 박정희 사후 힘의 공백기에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신군부는 ‘12.12사태’로 군부를 장악한 후 핵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그후 노태우 대통령은 1991년 한국 핵 전문가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발표했다. 한국에서 원자력은 ‘핵무기’와 상관없는 전력생산에만 활용되게 된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북한은 한국 정부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기로 한 이후부터 핵무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90년대 이후 거의 20년간 북한과 힘든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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