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유명진행자 아동성폭행 폭로에 英 ‘발칵’

BBC 유명진행자 아동성폭행 폭로에 英 ‘발칵’

입력 2012-10-07 00:00
수정 2012-10-0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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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지미 새빌, 1970년대 성폭력 일삼아…40여명 피해 신고5차례 경찰수사 불구 ‘증거 불충분’…BBC 위압적 문화에도 비난

1970년대 영국 BBC방송의 유명 진행자가 방송국 안팎에서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일삼은 사실이 뒤늦게 속속 드러나면서 영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7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84세로 숨진 유명 진행자 지미 새빌이 1970년대 방송국 안팎에서 어린 소녀들에게 일상적으로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영국 지상파 채널 ITV가 새빌의 성폭행 의혹을 세부조명한 다큐멘터리를 방송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40여명의 여성이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라며 경찰에 연락했다.

이들 중 한 여성은 16세 때 새빌이 자신을 호텔방으로 데려가 성폭행했고, 임신까지 시켰다고 폭로했다. 또 다른 여성 4명은 서리 카운티 스테인스의 여학교에 다닐 당시 학교에서 새빌에 의해 성추행당했다고 털어놨다.

ITV가 방송한 다큐멘터리에서는 새빌이 1970년대 BBC 방송국 분장실 안에서 록가수 게리 글리터 및 다른 남자연예인과 함께 10대 소녀 2명에게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당시 현장이 있었다는 카린 워드 여사는 다큐멘터리에 출연, 14세 때 겪은 목격담을 전하면서 자신 역시 그 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또 새빌의 스태프들이 어린 소녀들을 분장실에 줄 세워 그를 만나게 했고, BBC의 한 전직 직원의 경우 새빌과 다른 연예인들을 위해 성폭행 대상이 될 소녀들을 구해오는 임무를 맡았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새빌은 아동 성추행 혐의 등으로 다섯 차례 이상 경찰 수사를 받았으나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BBC 고위간부들은 새빌의 성폭행 사실을 수개월 전 알았으나 이를 묵인하고 지난주까지 경찰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BBC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뉴스나이트’는 지난해 12월 새빌의 성폭행 의혹에 관한 내용을 방송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담당편집자인 피터 리폰은 새빌이 기소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자들의 반발에도 방송을 보류했고, BBC는 대신에 새빌 헌정 프로그램 세 편을 방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새빌의 부적절한 행위를 전혀 알지 못했고 사내에서 어떠한 불만사항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주장해온 BBC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BBC 라디오1의 전직 DJ가 1980년대 BBC에 만연했던 여성에 대한 위압적 문화를 폭로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리즈 커쇼는 최근 라디오4에 출연, 1980년대 DJ로 일하던 당시 다른 진행자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커쇼는 “스튜디오에서 헤드폰을 쓰고 앉아 방송하고 있으면 누군가의 손이 내 스웨터 위로 올라와 가슴을 만져댔다. 하지만 방송중이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면서 “내가 불만을 이야기해도 다른 이들은 못 믿겠다는 반응이었고 ‘좋지 않아? 혹시 동성애자니?’라고 묻기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커쇼는 당시 BBC 방송국 분위기가 ‘위압적’이었다면서 이러한 문화가 조직 내에 만연했다고 폭로했다.

또 새빌의 부적절한 행동은 BBC 내에서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일로 영국에서는 성범죄자들이 법의 심판을 교묘히 피해 활개를 치고 결국 성범죄 사건 증가로 이어지는 현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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