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고려인 정주 75주년…어려움 딛고 우뚝

카자흐 고려인 정주 75주년…어려움 딛고 우뚝

입력 2012-10-21 00:00
수정 2012-10-2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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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공연자가 흥겨운 옛 한국 가요를 부르자 400여 객석을 꽉 채운 고려인들이 손뼉을 치며 호응했고 일부에서는 노래를 따라 하기도 했다.

20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의 러시아 연극극장에서 열린 고려인 정주 75주년 기념식과 축하 콘서트 자리는 흥겨웠다.

이날 행사에는 김로만 고려인협회장(하원의원)을 비롯해 카자흐 각 지역 고려인 대표 80여명이 참석했으며, 백주현 주카자흐스탄 대사와 손치근 알마티 총영사도 참석해 축하했다.

고려인 대표들은 앞서 아스타나에서 처음으로 고려인 총회를 열기도 했다.

이번 행사가 뜻 깊은 것은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에겐 시련과 질곡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옛 소련의 스탈린은 1937년 극동 연해주에 있던 고려인들을 일본 첩자 활동을 차단한다는 목적으로 황량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1860년대부터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어 살던 이들이었다.

독재자의 명령으로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화물 열차에 실린 고려인들이 최초로 정착했던 곳은 카자흐스탄 우슈토베.

이들은 우슈토베의 허허벌판에서 땅굴을 파고 살아야 했고 모진 추위와 굶주림과 싸워야 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그러나 75년이 지나 카자흐 고려인들은 130여 민족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당당히 살고 있다.

카자흐에 있는 10만여명의 고려인은 인구의 0.6%에 불과하지만 2명의 국회의원, 20여 명의 시ㆍ도의원을 배출하고 경제계, 학계, 문화계와 국가 주요기관에 포진해 있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고려극장 단원들의 사물놀이와 한국전통춤, 전통가요뿐 아니라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케이팝, 카자흐 전통 가요, 팝송 등 다양한 공연이 이뤄졌다.

또한 앞서 기념식에서는 한국노래경연자들에 대한 수상이 있었으며 1등의 영예는 ‘사랑비’를 부른 이사브나(학생)가 차지했다.

콘서트 후 한식당에서 열린 만찬장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했다.

식사 중간중간 연주에 맞춰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고려인들의 유대감을 확인했다.

특히 15개의 농업 훈장을 달고 참석한 첸(전) 모우세(80) 할아버지는 자신이 가사를 쓴 조국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를 러시아 민요에 맞춰 불러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김로만 고려인협회장은 “75년 전 우리 고려인뿐 아니라 60여 민족이 강제 이주됐다”면서”당시 카자흐인도 어려웠지만 그들의 도움을 받고 서로 나눠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주현 대사는 축사를 통해 “오늘은 고려인들이 연해주에서 카자흐로 이주한 지 75주년을 맞아 한자리에 모인 자리”라면서 “고려인들은 현재 카자흐스탄에서 중추적인 소수민족으로 성장했고 잘 대우를 받으면서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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