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리비아에 은닉 추정…오바마 ‘소극대처’ 논란 예상
미국 정부가 작년 9월 리비아 벵가지에서 일어난 미 영사관 피습사건과 관련해 동부 리비아에 은닉한 것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5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그러나 군사작전을 통해 이들을 체포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용의자들을 붙잡아 재판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외딴 동부 리비아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국 정부는 이번 사안이 리비아와의 외교 관계에 미칠 영향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번 사안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 미칠 영향을 걱정해 벵가지 피습을 축소·은폐하려고 했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가 용의자 체포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비쳐질 경우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용의자들은 리비아의 무장단체 ‘안사르 알 샤리아’의 일원으로 추정되며 이들 중 일부는 아프리카 서북부 지역의 알 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이들을 테러 용의자로 체포·신문할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으나 미국 법정에 세우거나 무인폭격기 공격을 할 정도의 증거는 아직 없는 상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 당국은 이들 중 최소 1명이 벵가지 피습에 관여했다고 자랑하는 도청내용 등을 입수했고 이들의 테러 행위가 찍힌 영상이나 관련 증언 등 추가 증거를 찾고 있다. 앞서 이번달 초 FBI는 용의자 중 3명의 CCTV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군사작전을 포기한 것은 테러 용의자를 적군 병사로 체포해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 수용소에 억류하는 방식을 피하려는 미국 정부의 방침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타국이 직접 테러 용의자를 체포해 현지 법원에 넘기거나 외국 정부의 협조로 직접 용의자를 붙잡아 미국 법원에 세우는 방안을 선호해왔다.
또 미국이 군사작전을 감행하면 리비아나 2010∼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집권한 아랍지역 신생 정부들과 맺은 대(對)테러 공조관계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벵가지 피습은 작년 9월11일 리비아 동부 벵가지에서 무장세력이 이슬람 모독 영화에 항의하며 미국 영사관을 로켓포 등으로 공격,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이다.
오마바 행정부는 벵가지 피습의 축소·은폐 의혹에 맞서 지난 15일 행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99쪽 분량을 공개하기도 했다.
공화당은 이번 용의자 수사와 관련해 미 정부가 테러를 전쟁 행위가 아닌 범죄 행위로 보고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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