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방문 무산에 케냐 국민 ‘발끈’

오바마 방문 무산에 케냐 국민 ‘발끈’

입력 2013-06-23 00:00
수정 2013-06-23 01:3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백악관 “케냐 대통령 ICC 기소로 방문 부적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달 말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앞두고 방문 대상국에서 제외된 케냐의 국민이 발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상원의원 시절 아버지의 고향인 케냐를 방문한 적이 있지만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한 번도 찾은 적이 없다.

지난 2008년과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케냐의 후손’에 대해 열렬한 지지와 축하를 보냈던 케냐 국민으로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은근히 기대했지만 무산되자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와 케냐 현지 언론에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백악관이 이번 아프리카 순방에서 케냐를 제외한 데 대해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의 국제형사재판소(ICC) 기소를 이유로 들자 케냐 국민을 무시한 처사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는 분위기다.

케냐타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말 대선 후 개표부정 시비로 촉발된 유혈분쟁을 배후조종한 혐의로 ICC에 기소된 상태다.

교사인 말바도 온디보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의 대통령을 선출했고, ICC와 관계없이 그는 우리의 대통령”이라면서 “언젠가 오바마가 케냐를 필요로 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에는 ‘오바마가 케냐에 오지 않는 이유’라는 코너가 따로 생겼으며, 이에는 오바마 대통령을 조롱하는 글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돈 많은 녀석들은 돈을 다 쓸 때까지는 아버지에게로 오지 않는 법”이라고 비꼬았고, 또다른 네티즌은 “프롬프터(연설원고를 보여주는 모니터) 없이도 연설을 잘하는 대통령이 있는 나라에는 올 수 없기 때문”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과도한 해외출장 예산에 대한 논란과 연설할 때 프롬프터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지적을 희화화한 것이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케냐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다면서도 불가피하게 일정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벤 로즈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케냐와 개인적인 연관성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케냐 국민은 오바마 대통령의 마음에 특별히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즈 부보좌관은 또 “우리는 케냐 국민이 스스로 지도자를 선출할 권리를 존중한다”면서 “그러나 동시에 한 국가로서 책임과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며 케냐타 대통령의 ICC 기소 문제를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세네갈,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