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밭 노부부’…北측이 삭제한 서방기자 사진들

’옥수수밭 노부부’…北측이 삭제한 서방기자 사진들

입력 2013-10-23 00:00
수정 2013-10-23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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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기자 CNN에 방북경험담 소개 “사진 모두 복구”

스웨덴 언론인 요한 닐랜더는 지난달 북한에서 열린 국제 자전거 경주대회에 서방 기자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개인 가이드와 함께 운전자와 차량을 제공받은 것은 물론 원하는 사진은 마음껏 찍어도 좋다는 얘기를 들은 닐랜더는 평생 경험하기 어려운 ‘특종’ 기회를 맞았다는 생각에 흥분했다.

북한 당국이 제시한 금지사항은 단 2개였다.

군대나 군 시설을 찍어선 안 되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은 전신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과 절대 혼자 걸어 다녀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셰익스피어를 좋아한다는 42세의 북한인 가이드는 예상과는 달리 경찰, 발전소, 정유소, 철길 등을 찍도록 허락했고, 농촌지역에 갔을 때도 잠깐 멈춰 서서 사진촬영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그가 북한 체류기간 당국의 제지를 받은 것은 마지막날 아침식사 후에 호텔 앞을 잠시 혼자 걸었을 때뿐이었다.

닐랜더는 그러나 이후 두만강을 통해 중국으로 가는 길에 만난 경비원들에게 카메라를 빼앗겼다. 경비원들은 그 자리에서 무려 90장의 사진을 삭제했고, 개인 가이드는 “부적절한 사진을 삭제하는 것뿐”이라고만 설명했다.

그는 크게 실망했지만 홍콩에 도착한 직후 작은 정보기술(IT) 업체에 카메라를 맡겨 데이터복구가 가능한지를 문의했고 24시간만에 삭제된 모든 사진을 복구할 수 있었다.

닐랜더는 2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인터넷판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북한 체류 경험담을 전하면서 북한 당국이 삭제했던 사진 몇 장도 함께 소개했다.

그는 “복구한 사진 가운데는 화난 표정의 군인, 여권을 검사하는 당국자 등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옥수수밭을 함께 걷는 노부부, 국경 지대의 배구장 등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것도 있었다”면서 “왜 이런 사진이 북한 당국의 기준에 벗어났는지 미스터리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의 많은 부분도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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