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 투표’ 거부한 우크라 동부 소도시 스바토베

‘분리 투표’ 거부한 우크라 동부 소도시 스바토베

입력 2014-05-12 00:00
수정 2014-05-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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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분리주의 세력의 주민투표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가운데 이들 지역에서 유일하게 주민투표를 거부한 곳이 있다.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주민투표를 거부한 지역은 러시아 국경에서 60㎞ 떨어진 루간스크주의 작은 읍인 스바토베라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인구 2만명이 살고 있는 이 읍의 읍장인 에브게니 리발코(48)가 주민투표 실시를 거부할 수 있었던 것은 믿을 만한 우크라이나군과 자체적인 민병대 및 경찰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읍 외곽에는 탱크와 장갑차, 대공포 등을 갖춘 우크라이나군 검문소 2곳이 있고 사냥용으로나 쓸 수 있는 정도의 무기밖에 보유하지 못했지만 민병대 숫자도 500여명이나 된다.

경찰이 폭력사태를 방관하거나 우크라이나에 등을 돌리고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으로 돌아선 우크라이나 동부의 다른 지역들과 달리 스바토베의 경찰은 아직도 우크라이나 당국에 충성을 하고 있다.

취임 4년째인 리발코 읍장은 “내 임무는 우크라이나 법을 존중하는 것”이라면 “주민들이 합법적인 토대에서 의견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번 주민투표는 그렇지 않다”며 주민투표를 거부한 이유를 설명했다.

리발코 읍장은 “스바토베 인근 지역 주민 대다수는 통일된 우크라이나를 원하며 분리주의를 반대한다. 우리의 자체적인 자위 작전에 동참한 이들은 외부에서 온 무장세력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길 바라는 애국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렇긴 하지만 스바토베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약 15명의 주민이 투표함으로 사용하기 위해 투명 상자를 들고 읍사무소까지 행진하자 리발코 읍장이 직접 나서 이들을 저지했다.

루간스크주의 독립이라는 꿈을 위해 투표를 하고 싶다는 36세의 주부 나탈리아는 “우리는 왜 투표를 할 수 없느냐. 여기엔 투표소가 한 곳도 없다. 이건 고의적인 방해행위”라면서 불만을 표했다.

리발코 읍장은 이에 대해 “스바토베는 재정의 80%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돈이 없다면 우리는 생존할 수 없는데도 나탈리아 같은 주민들은 주민투표가 가져올 영향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리발코 읍장은 이어 “아무도 수년간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았다. 분리주의는 무엇보다 부패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이라며 분리주의 운동에 대해서도 일부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그는 인근의 크레멘노이읍에서도 주민투표가 열리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으나 AFP통신은 크레멘노이 읍사무소의 문이 오후 늦도록 닫혀있는 가운데 선거활동의 조짐은 없었지만 경찰의 정보제공 거부 등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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