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사태로 국제유가 껑충…두바이유 110달러 눈앞
국제유가가 ‘이라크 사태’로 치솟고 있다.아직 전세계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 상황에서 국제유가의 급등은 당장 세계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된다.
특히 원유 수입의존도가 100%인 우리나라로서는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솟으면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38 센트(0.4%) 높은 배럴당 106.91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1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지난주에만 4.1%나 올랐다. 지난해 12월6일 이후 주간 단위 상승률로는 가장 높다.
특히 13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날보다 2.55 달러나 올라 배럴당 109.51 달러에 마감했다. 110 달러가 코앞이다.
국제유가가 지난주 급등세를 보인 것은 단연 이라크 사태 때문이다.
이라크는 전세계에서 5번째로 석유매장량이 많은 국가다.
특히 전쟁과 잇단 정정불안에도 최근 일일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전체 추가 증산량의 60%를 점할 정도로 국제시장에서 비중이 높아졌다.
이미 이라크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330만 배럴에 달한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국제 원유시장에서 높아진 이라크의 위상을 감안할 때 이라크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악화하면 국제유가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이라크의 빈자리가 전과 다르게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낙관론이 우세한 편이다. 이라크의 원유 공급이 당장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 덕분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라크 사태가 심각하게 악화하지 않는 한 국제유가 공급에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라크 사태 악화의 진원지로 꼽히는 북부 지역은 지난 3월부터 이미 원유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이라크 사태가 물리적으로 원유 문제에 거의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얘기다.
대신 이라크의 원유생산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들 지역의 최근 일일 생산량은 최근 30년새 가장 많은 규모로 올라섰다.
이와 관련, 이라크는 이미 일일 생산량을 2015년에는 440만 배럴, 2020년까지는 약 600만 배럴로 늘린다는 계획까지 세워둔 상태다.
국제 원유시장에서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심산이다.
문제는 전쟁과 내전에도 국제 원유시장에서 전과 다르게 높아진 이라크의 위상 때문에 이라크 사태가 확산하면 국제 원유시장이 연쇄적으로 요동칠 가능성이 많아진다는 점이다.
당장 전세계에서 원유 수요가 엄청나게 많은 중국과 인도가 이라크의 불안을 이유로 원유 수입 창구를 이라크에서 이란으로 전환하면 국제 외교에까지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 원유에 대한 세계의 의존도가 높아지면 이란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져 핵문제를 둘러싼 미국-이란간 협상에서 미국의 입지가 좁아진다.
반면에 주요 원유생산국인 러시아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넓어지게 된다.
이라크의 빈자리를 이란과 러시아가 대신해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지배력이 강해져 러시아발(發) 국제 불안 요인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진다.
아울러 베네수엘라 등 남미의 주요 산유국들이 국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아져 전세계 원유시장의 세력 판도에 변화가 올 수 있다.
따라서 최근의 이라크 사태로 국제 유가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치닫지는 않겠지만 이라크가 전에 없는 증산을 통해 국제 원유시장에서 ‘안정추’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라크 사태 장기화는 피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