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 상공에서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군 폭격기 B-29 ‘에놀라 게이’의 마지막 생존 승무원 시어도어 반커크가 93세를 일기로 숨졌다. 아들 톰 반커크는 29일(현지시간) 아버지가 전날 조지아주에 있는 자택에서 숨졌다고 말했다.

그는 24세이던 1945년 8월 6일 동료 10명과 함께 에놀라 게이를 타고 히로시마 상공으로 날아가 ‘리틀보이’란 별칭을 가진 4천80kg짜리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그는 당시 항법사로 일했다.

미국이 당시 일본에 원폭을 투하했어야 했는지에 대한 문제는 그 후 줄곧 논란이 돼왔다. 이에 대해 반커크는 생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원폭투하로 전쟁을 빨리 끝내 더 많은 인명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며 원폭투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전쟁 필요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의 전체 상황을 보면 전쟁이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세상에서 원자폭탄은 없어져야 한다”며 “원폭이 모두 파기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도 말했다.

그는 종전 후 1년간 더 군 복무를 한 뒤 대학에 가서 화학을 전공했다. 이어 화학제품업체인 듀폰에 입사해 일해오다가 1985년 퇴사했다.

그는 다른 참전 군인들처럼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참전사실을 공개하길 꺼렸다고 한다.

톰 반커크는 “10살 때 할아버지의 다락방에 있던 오래된 신문을 통해 아버지의 원폭투하 임무 수행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그가 전쟁영웅이지만 우리에겐 그저 훌륭한 아버지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