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로, 비행기로’…에볼라 확산 주범은 교통수단

‘택시로, 비행기로’…에볼라 확산 주범은 교통수단

입력 2014-08-01 00:00
수정 2014-08-0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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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300명 감염’ 서아프리카서 택시 통해 국경 넘어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를 추적하는 과학자들에게는 지금 바이러스에 대한 전문 지식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있다.

전염성 미생물이 사람과 함께 비행기나 자전거, 택시 등의 각종 교통수단을 통해 역외로 이동하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가 그것이다.

지금까지 서아프리카에서는 국가간 이동을 제한하는 관계당국의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31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TO)가 국제 이동이나 국경 폐쇄에 관한 아무런 권고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물론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을 위험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에볼라를 서아프리카에 묶어 두려면 감염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사람을 추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염자들의 일상과 관련해 사소한 정보까지도 일일이 체크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는 이번주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라이베리아계 미국인이 항공기를 이용해 입국했다가 사망했다.

따라서 다른 국가에서와 같은 확산을 막으려면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거나 그 미국인이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사람들을 추적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서아프리카에서는 지난 2월 기니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처음 발병했고 현재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으로 번진 상태다.

이들 3개국에서는 그동안 1천300여명이 감염돼 729명이 사망했다. 40년 전 에볼라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이래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것이다.

시에라리온은 사태의 악화를 막으려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라이베리아는 휴교령을 내린데 이어 지역별 검역활동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의 세계 보건안보 부문 책임자인 데이비드 헤이만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자와 접촉했거나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철저히 감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지난 3월 기니에서 라이베리아로 확산된 과정을 보면 이런 전문가들의 지적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당시 바이러스를 역외로 옮긴 장본인으로는 기니의 한 여성이 지목된다.

라이베리아 북부지역과 인접한 마을에 살던 이 여성은 시장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돌아왔고 여동생의 간호를 받다가 결국 출혈열로 숨졌다.

자신도 감염됐다고 느낀 여동생은 이주 노동자인 남편에게 가려고 라이베리아 수도인 몬로비아를 경유하는 통근택시를 탔으며 이때 5명의 승객이 그녀와 접촉했다. 이들도 에볼라에 감염돼 결국 숨졌다.

여동생은 몬로비아에서 한 젊은 남성의 오토바이를 얻어 탔는데 보건당국은 현재 이 남성을 추적 중이다.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창궐 사태를 추적중인 영국 랭커스터대의 데렉 개더러 교수는 “기니행 비행기를 탔던 남성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라이베리아에서는 지금까지 329명이 감염됐고 156명이 사망했다.

개더러 교수는 에볼라가 공기로 전파되거나 감염성이 탁월하지는 않지만 국경을 오가는 사람들을 통해서는 쉽게 확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아프리카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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