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미 대테러 전문가들 사이서 비관론 우세
미국의 전·현직 대테러 전문가들이 대테러전 양상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비관적인 견해를 밝혀 주목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장(DNI)은 최근 상원 군사위원회 연설에서 현재의 테러양상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 훨씬 나쁜 실정”이라고 경고했다.
중부사령부(CENTCOM)의 특수전 사령관인 마이클 나가타 소장은 대테러 정책 관련 세미나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테러조직 알카에다보다 더 큰 위협으로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또 마이클 모렐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도 뉴욕 경찰국 테러대책 회의에서 한 연설에서 “자식 세대는 물론이고 손자 세대에도 미국이 알카에다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대테러전이 장기화할 것임을 우려했다.
전문가들의 이런 비관론은 일련의 실망스러운 사태 전개에 따른 것이라고 WP는 분석했다. IS의 급성장과 IS를 지원하려고 시리아에 입국하는 외국인 전사들의 급증, 미국 지원으로 버텨온 예멘 정부의 붕괴, 리비아 보안상황 악화 등이 비관론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이지리아 최대 테러조직 보코하람이 최근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일련의 자살폭탄 테러를 자행한데다 IS에 충성 맹세까지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런 비관론은 더욱 힘을 받은 형국이다.
미국은 2001년 9·11 사태 이후 14년 동안 수행해온 강력한 대테러전에도 알카에다와 이슬람 호전성이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세력을 확대한다는 사실에 혼란과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의 대테러전은 중요한 목표를 달성했으며 대다수가 9·11과 같은 대규모 테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한다. 또 알카에다 창설자 오사마 빈라덴의 제거(2011년)와 잇따른 ‘아랍의 봄’도 낙관론에 불을 지폈다.
실제로 빈라덴 사망 직후 리언 패네타 당시 국방장관은 “미국이 전략적으로 알 카에다를 분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장담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알카에다가 “패배의 길을 가는 중”이며 IS는 대학의 2군 운동부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낙관론은 사라져버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알카에다의 역량이 크게 저하한데다 IS는 영토 확장에 주력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가까운 장래에 미국과 유럽에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은 작더라도 위험은 빠르게 커지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존 맥로닌 전 CIA 부국장도 “영토, 자금, 서구 여권 소지자 등 면에서 테러조직은 예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커졌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