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케하시 이니셔티브’ 발표…미·일 각계각층 인적교류 확장대학·연구소에도 대규모 투자…한국 공공외교 지원 턱없이 못미쳐
일본이 아베 신조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미국 내 ‘지일파 키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주미 일본대사관은 최근 자체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문에서 일본 정부가 미·일 인적교류 프로그램인 ‘가케하시 이니셔티브’에 30억 엔(한화 약 27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가케하시는 ‘가교’라는 뜻의 일본어로서 일본과 미국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이 이니셔티브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교사, 연구원, 의원, 문화계 인사들 간의 교류를 증진시키는 프로그램으로, 미국 내에서 일본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길러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워싱턴DC의 한 소식통은 1일(이하 현지시간) “일본이 미국 내 지일파, 특히 차세대 지일파 키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가케하시 이니셔티브와 같은 교류사업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이번에 대규모 일본 정부예산이 들어가면서 대폭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부적으로는 차세대 미일 관계를 위한 교류사업으로 ▲고등학생·대학생 초청사업 ▲청년인턴 프로그램, 미일 관계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으로 ▲미국전공 일본 연구원 지원 ▲미국 주요 대학의 일본학 연구 지원 ▲미국 의원과 아시안계 지도자 초청 ▲미국내 일본어 교육 강화와 교사 훈련 ▲문화예술 교류, ‘풀뿌리’ 교류 사업으로 ▲주일미군 출신 네트워크 구축 ▲미·일 전쟁포로(POW) 화해 지원 ▲일본 지지자 네트워크 강화가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본 정부가 미국 유수의 대학을 겨냥해 미화 1천500만 달러(한화 약 161억 원)를 투입하기로 한 것과도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의 조지타운 대학과 매사추세츠 주의 MIT 공대는 2015∼2016 회계연도에 일본 정부로부터 각각 500만 달러의 일본학 연구자금을 지원받을 예정이고,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도 일본 정부로부터 2014∼2015 회계연도 예산에 배정된 500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 내에서 일본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려는 공공외교 목적과 함께 미국 내에서 한국과 중국의 과거사 공세에 맞서 관련 연구와 저술활동을 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이는 아직 걸음마 단계로 평가되는 한국의 대미 공공외교 수준과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공공외교의 첨병 역할을 맡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미국 내 정책연구사업에 지출하는 예산이 고작 10억 원에 불과하다. 특히 재단은 미국 내 차세대 지한파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 넥서스’(Scholar-Policymaker Nexus)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관련 예산이 수천만 원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일본의 공공외교 사업을 맡은 ‘재팬 파운데이션’ 뉴욕 사무소에는 2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지만, 한국국제교류재단 워싱턴 사무소에는 직원 단 한 명 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 정부의 차세대 지일파 양성은 미래의 대미 로비력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한국도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미국 내 싱크탱크와 대학, 연구소를 중심으로 정부 차원의 공공외교 자금 지원을 강화해야 하며 기업 등 민간 분야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특정 이슈가 생기면 그때 가서 한인단체나 의회의 친한파 의원들에게 의존하는 구조로는 우리의 국익과 직결된 외교전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