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우려 심화시킬 가능성”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기업지배구조 논란을 재점화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한국사회가 재벌가의 움직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이번 합병이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시선은 싸늘하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삼성그룹이 밝힌 합병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냉담하게 반응했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마크 뉴먼 애널리스트는 “이것은 분명한 권력 이동”이라면서 합병의 공식적인 이유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합병을 통해) 삼성 제국의 핵심 부문,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력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CLSA의 숀 카크런 한국담당 책임자는 합병 성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제일모직의 지분 4분의 3가량은 삼성가와 이들에게 우호적인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으나 삼성물산의 표결은 막상막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개입하면 그럴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 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합병 반대 목소리를 더했다.
김 교수는 “모든 것이 승계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주가가 저평가됐다면서 이 때문에 작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무산된 것처럼 이번 건도 결렬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당시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합병은 폐기됐다.
교보증권의 백광재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삼성물산에 대한 합병 제안이 일부 주주들에게는 “불만족스러운”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블룸버그는 삼성 3남매가 ‘거저나 다름없는 가격(quite a bargain)’에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스트스프링 자산운용의 남동우 주식운용본부장은 “이런 움직임은 삼성을 둘러싸고 한국에서의 기업 지배구조 논쟁을 재점화할 수 있다”면서 “유감스럽다”고 평가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채이배 연구원은 “삼성가에 돌아가는 이익을 제외하면 사업적인 측면에서 합병의 근거가 전혀 없으며 시너지 효과도 예상되지 않는다”면서 “삼성가 3남매가 삼성전자의 지분을 갖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