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족 보복설에서부터 군부 정권 자작설까지
태국 방콕 도심 테러를 수사 중인 경찰이 외국인 1명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체포 영장을 발부한 가운데 20일 범인의 정체를 둘러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방콕 AFP 연합뉴스
지난 17일 태국 방콕 폭발 테러 현장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
방콕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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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용의자를 외국인이라고 지목했지만 그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있으며, 체포영장도 신원미상자에게 발부된 실정이다.
이 때문에 태국 당국, 국민, 언론 사이에서는 이번 테러의 범인에 대한 추정이 무성한 실정이다.
여기에는 이번 테러가 위구르족의 보복이라는 주장에서부터 군부 정권의 자작극이라는 억측까지 포함돼 있다.
다음은 국민 사이에 떠돌고 있는 에라완 사원 테러 배후에 대한 주요 시나리오들과 이에 대한 반론들이다.
◇ 위구르족 보복 가능성 = 이번 테러가 태국이 지난달 위구르인들 100여 명을 중국으로 강제 송환한 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자행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태국은 제 3국으로 가기 위해 자국에 불법 입국한 위구르족 109명을 지난달 중국으로 강제 송환한 바 있다.
이후 이들이 당초 목적지로 원했던 터키에서 터키인들과 위구르인들이 주이스탄불 태국영사관에 난입하는 등 태국의 위구르족 강제 송환에 반대하는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중국에서 분리 독립하기를 원하는 위구르족은 그동안 중국 내부에서 주로 테러를 벌였을 뿐 동남아시아를 포함해 외국에서 테러를 행한 적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프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는 경찰이 이번 사태를 위구르족의 소행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그들이 범인이라면 이미 그같은 사실을 밝히고 나섰을 것”이라며 위구르족의 범행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는 언론들에 정부의 위구르족 관련 정책에 혼선을 일으킬 수 있는 추측을 자제해달라고 주문했다.
◇ 남부 이슬람 분리주의자 소행 = 이번 사건이 이슬람 분리주의 세력과 관련성이 있는지도 주목 대상이다.
지난 7월에는 태국 남부 지방에서 이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탄 테러, 방화 등으로 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이들은 2004년 이후 관공서, 경찰서 등에 대한 테러 공격을 확대해 지금까지 6천 명 가까이 숨지고 1만여 명이 부상했다.
그러나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은 방콕에서 테러를 행한 적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이번 사건에서 나타난 폭탄 제조 방법 등 테러 수법도 남부 이슬람분리주의자들의 테러 수법과는 차이점이 많다.
◇ ‘이슬람국가’(IS) 관련 테러분자 연루설 = IS 관련 국제 테러리스트의 범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방콕은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관광지이자 국제도시로서 위상이 높은데다, 외국인이 드나들기 쉬워 국제 테러의 목표가 될 우려가 적지 않게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이슬람 테러세력은 지난 2002년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테러를 자행해 202명을 숨지게 한 바 있다.
그러나 이슬람 테러 단체들이 태국에서 대규모 테러를 저지른 사례는 아직 없다.
◇ 친 탁신 ‘레드셔츠’ 소행 = 대다수 국민과 정부 당국자, 전문가 사이에는 이번 테러가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고 군부 정권에 반대하는 레드셔츠들의 소행이라는 시각이 유력하다.
그만큼 과거 태국에서는 정치적 이유로 인한 테러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방콕에서 반년 가량 계속된 반정부 시위에서도 수차례 폭탄 테러가 발생해 모두 20여 명이 숨지고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테러는 규모가 크고,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과거 레드셔츠들이 저질렀던 것과는 다르다.
탁신 칫나왓 전 총리와 그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 전 총리는 모두 이번 사건과 레드셔츠의 연루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 군부 정권 자작설 = 언론에 노골적으로 보도되지는 않고 있으나 프라윳 찬-오차 총리가 이끄는 군부 정권의 자작극을 의심하는 눈초리도 없지 않다.
쿠데타로 집권해 정통성이 약한 현 정권이 치안 유지를 내세워 국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정적인 친 탁신 진영이 이번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뒤집어씌우기 위해 사건을 조작했다는 설이다.
정치 불안과 테러, 반정부 시위가 잦은 태국에서는 과거에도 군부를 포함한 기득권 세력은 물론 친 탁신 진영도 정적에게 책임을 돌리기 위해 테러 자작극을 벌인다는 소문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반정부 시위 기간에 폭탄 테러가 수 차례 발생했을 때도 자작설이 난무했으나 경찰 수사를 통해 테러 배후가 드러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대규모 테러가 발생하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군부 정권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게 된다는 점에서 이 설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실제 정부가 이같은 대규모 살상을 자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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