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터키 정부, 물대포 앞세워 비판 언론사 진압

총선 앞둔 터키 정부, 물대포 앞세워 비판 언론사 진압

오상도 기자
입력 2015-10-30 15:16
수정 2015-10-3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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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달 1일(현지시간) 총선을 앞둔 터키 정부가 최루탄과 물대포를 앞세워 비판적인 언론사들을 진압하는 무리수를 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이 30일 전했다.

 터키 당국이 겨냥한 대상은 카날투르크TV와 부균TV, 일간지 부균 등을 소유한 반정부 성향의 미디어그룹 코자 이펙 홀딩스였다. 터키내 무슬림이나 쿠르드족 등 비주류 계층을 주로 대변하면서 정부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AFP에 따르면 지난 27일 진압 경찰들이 코자 이펙의 본사 입구를 쇠톱으로 부수고 사무실에 난입했다. 이에 저항하는 직원들과 건물 밖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던 군중들은 경찰의 최루가스와 물대포에 무자비하게 진압됐다. 이 같은 경찰의 진입 장면은 카날투르크TV를 통해 생중계됐다.

 경찰은 코자 이펙이 이슬람 사상가인 페툴라 귤렌(73)을 은밀히 지원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숙적으로 알려진 귤렌은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선정한 ‘세계 100대 지성’ 중 1위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막대하다. 이슬람의 가치를 알리는 ‘히즈메트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막역한 관계였으나 터키에서 강압적 통치가 이어지자 등을 돌렸다. 터키 정부는 귤렌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고, 코자 이펙 측이 귤렌에게 돈을 대고 있다며 탄압했다.

 경찰의 무자비한 탄압에 항의하기 위해 현지 일간 부균은 27일자 신문 1면을 검은백 공백으로 게재했다. 코자 이펙 측은 “지난 2년간 엄격한 회계감사를 받았지만 정부가 어떤 단서도 찾아내지 못하자 벌인 폭력”이라고 규탄했다. 현지 언론인들도 “터키 역사상 가장 잔혹한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터키 정부와 코자 이펙의 악연은 지난 9월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부균이 1면에 정부가 시리아에서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지원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하자 소유주인 코자 이펙 본사에 대한 첫 압수 수색이 이뤄졌다.

 코자 이펙의 최고경영자(CEO)인 아킨 이펙 회장은 경영권을 박탈당한 채 영국으로 피신했고, 기자 6명이 연행됐다. 이후 터키 정부는 관리위원회를 만들어 회사를 장악하려 했다.

 유럽연합(EU)과 국제언론인협회(IPI) 등은 터키 정부의 언론탄압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터키의 언론자유지수는 세계 149위로, 미얀마보다 낮다.

 터키 정부의 언론 통제는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에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최대 일간지 휴리예트를 소유한 도간그룹도 비판적 기사를 게재하다가 2009년에 무려 33억달러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코자 이펙이 힘을 잃으면서 터키의 독립적 언론은 도간(그룹) 밖에 남지 않았다”는 현지 언론인들의 개탄을 전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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