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년 상반기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각국의 경제정책 방향이 엇갈리고 있다.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9개 나라가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함께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그에 앞서 금리를 올린 나라도 4개에 달한다.
앞으로도 신흥국들의 금리 인상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금리 인상 국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경기 둔화를 억제하기 위해 기준 금리 인하에 나서는 신흥국들도 있다.
한국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심리가 여전하지만, 자본 유출이 가속화되면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는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 美 금리인상에 신흥국 앞다퉈 금리 인상…인하도 속속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신흥국들이 바빠졌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 하루 만에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 걸프지역 4개 국가가 금리를 올렸다.
홍콩도 금리를 끌어올렸다. 걸프국과 홍콩은 미 달러화에 자국 통화를 고정하고 있어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페그제를 유지하기 위해 자국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남미 국가 중에서는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가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제히 금리를 인상했다.
유럽 동부의 조지아도 금리를 올렸으며, 터키 중앙은행은 달러화 표시 법정준비금의 금리를 인상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외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에 앞서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페루, 모잠비크 등이 한 달 사이 금리를 올렸다.
이들 나라는 대부분 원유와 구리,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자본 유출에 시달려온 나라들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원자재 가격 하락과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에 올해 들어 랜드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24% 하락했다. 외화 부채도 많아 그동안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하나로 꼽혀왔다.
김태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신흥국과의 금리차가 좁혀져 자본유출 우려가 커진 신흥국들이 금리를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금리를 내린 신흥국들이 있다.
이들 국가는 자본유출 우려에도 자국 경기 부진을 더욱 우려하고 있어 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1.75%에서 1.625%로 0.125% 포인트 내렸다. 대만의 금리 인하는 올해 들어 두 번째다.
베트남은 기준 금리는 아니지만, 민간은행들의 달러화 예금 금리를 0.25%에서 0%로 내렸고, 인도네시아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내년 1월 지표에 따라 금리 인하 등의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바클레이즈의 렁 와이 호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의 깜짝 금리 인하는 아시아에 여전히 주요 의제는 ‘완화’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 中·日 주도로 亞 완화 기조 지속…韓도 따라갈 듯
아시아는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인 중국이 성장 둔화를 이유로 완화 기조를 지속하고 있어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며칠 앞두고 자국 위안화를 달러화에 연동하지 않고 무역가중치를 반영한 무역상대국 환율지수에 연동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는 위안화 가치의 추가 절하를 위한 포석으로 중국이 여전히 수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또 중국은 내년에도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돼 지급준비율 인하 등 추가적인 부양책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시 경제성장률이 여전히 ‘제로’ 수준에 가까워 내년까지 완화정책을 지속할 전망이다.
전날 일본은행(BOJ)은 금융정책결졍회의를 열어 연간 80조엔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유지하면서도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규모를 연 3천억엔 확대하고, 매입 국채의 평균 만기를 7~10년에서 7~12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일본의 이런 조치는 추가 완화책은 아니지만, 앞으로 적절한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의도를 시장에 보낸 것이라고 골드만삭스는 해석했다.
HSBC의 프레드릭 뉴만 아시아 경제 리서치 담당 부장은 아시아의 다른 중앙은행들도 대만과 같이 완화적 기조를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난제는 중국”이라며 “10년 전에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에는 미국의 행보에 모든 중앙은행이 따라갔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경제의 둔화가 내년에도 지속되며 아시아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아시아는 완화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뉴만은 중국과 한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이 앞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바클레이즈의 렁 이코노미스트도 내년 상반기에 한국,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아시아 신흥국들 대부분이 수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통화정책에서 비둘기파적 성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헌 연구원은 그러나 대만은 금리를 내렸고, 일본도 완화적 뉘앙스를 보였으며 중국 위안화 가치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한국도 금리 인하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2014년 8월 이후 기준금리를 네 차례 인하해 현재 기준금리는 연 1.5%다.
블룸버그가 25명의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중 7명의 전문가가 내년 1분기에 한국의 금리 인하를 전망했고 1명이 2분기 인하를 예상하는 등 32% 가량이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를 점쳤다.
반면, 내년 하반기 한국의 금리 인상을 점친 전문가도 4명에 달해 전체의 16%는 내년 인하 없는 하반기 0.25%포인트 인상을 전망했다.
한편, 블룸버그가 조사한 내년 말 미국 기준금리 중간전망치는 1.00%~1.25%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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