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문제·주택난 해결을” ·“양안평화·여성권익 신장”도 기대쯔위 논란 보도 많아…대만국민들 “대만국기 흔든 쯔위 뭐가 문제냐·자랑스럽다”
“‘22K세대’(초임 2만2천 대만달러, 약 80만원)라는 말이 다음 정권에서는 안들렸으면 좋겠어요.”(대학생 천(陳·20)모씨)“서민들이 타이베이(臺北)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중저가 주택 공급을 늘려주세요.”(가정주부 쉬(徐·45·여)모씨)
16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차이잉원(蔡英文·여) 민진당 주석이 사상 첫 여성 총통에 당선된 이후 타이베이 거리는 환호와 기대로 가득했다. 거리로 몰려나온 시민 10만여명이 밤늦게까지 나팔을 불고 차이잉원의 애칭 ‘샤오잉(小英)’을 외쳤고, 민진당 당사에서는 “쭝퉁 하오!”(總統好·총통 안녕하세요)를 연호하는 지지자 3만여명이 모였다.
당사 주변에서는 압승을 자축하는 불꽃놀이도 펼쳐졌다. ‘여걸’로 불리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차이 주석의 사진을 든 시민들도 눈에 띄었고, 일부는 대만 독립을 주장하기도 했다.
흥분이 휩쓸고 지나간 이튿날인 17일 오전. 타이베이 북부 린썬베이루(林森北路)에 있는 주말 농산물 시장 ‘시왕광창’(希望廣場)에서 만난 시민들은 차이잉원 총통 당선인에게 민생고 해결을 요구하는 주문을 쏟아냈다.
특히 치솟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외곽으로 이사하는 서민이 더는 없도록 해달라는 당부의 목소리가 많았다.
대졸 초임이 2만∼3만 대만달러 수준인 상황에서 평생 월급을 모아도 90㎡(약 27평)당 3천만 대만달러(약 10억8천만 원)를 넘는 타이베이 시내 주택 한 채를 구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하소연도 있었다.
현 국민당 정부의 성과로 꼽히는 관광 산업 육성이 민진당 정부에서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분식점 주인 정(鄭·56) 모씨는 “새 정부가 먹거리 등 대만의 다양한 관광 자원을 계속 발굴해야 한다”며 “경제 성장을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 105년 역사상 첫 여성 총통이 탄생한 만큼 여성 권익이 신장할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과일가게 종업원 장(張·33·여)모씨는 “아직 남녀 차별이 심한 대만에서 여성 인권을 회복시킬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육아 보조금 인상 등 맞벌이 부부의 육아에 도움이 될 정책을 제시하면 저조한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대만 독립 성향인 민진당의 집권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경색되며 경제는 물론 안보 불안이 초래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이날 대만 방송들은 ‘대만 독립론자 논란’에 휩싸인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17)에 관한 한국 국민의 반응을 서울발로 보도하는 등 쯔위 관련 뉴스를 차이 주석의 선거 승리 못지않게 많이 보도했다.
인터넷에는 많은 누리꾼들이 “한 나라의 국민이 자기 나라 국기를 흔든 것을 사과하는 경우가 어디있느냐”는 글을 올리며 쯔위를 옹호하고 있다.
대만 북부 지룽(基隆)시에서 온 회사원 왕(王·49)모씨는 “어린 여학생(쯔위)이 깃발을 든 일 하나로도 들썩이는 대만과 중국 간 관계가 더 불안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차이 주석이 민진당 출신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때처럼 과격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정책을 펴지 않고 평화와 화합에 신경 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학생 루(盧15·여)모 양은 “대만인인 것이 자랑스럽다. 관련자들이 쯔위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쯔위를 옹호했다.
이밖에 2014년 청년들의 입법원 점거 사태인 해바라기 운동에서 태동한 신생정당 ‘시대역량’이 입법위원 선거에서 5석을 확보한 데 대한 보도도 눈에 띄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