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물가상승 달성 의지표명은 성공…‘도박’ 성패는 미지수”
일본은행이 29일 추가 금융완화책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것에 대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극약처방’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일본은행이 예금에는 이자가 붙는다는 기본적인 경제원칙을 뒤집는 정책을 채택한 것은 2% 물가상승 달성이라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과 중국 경제의 불안 등으로 세계경제의 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본 경기와 물가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는 것이다.
특히 구로다 총재는 금융시장에서 이번에 나올 카드로는 큰 힘을 얻지 못했던 마이너스 금리를 전격 도입함으로써 정책효과를 극대화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너스 금리는 시중 은행이 일본은행에 예치하는 자금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시중 은행이 중앙은행 예치금을 줄이기 위해 보유 자금 대출에 적극 나서면 실물 경제에 돈이 풀릴 것이란 게 일본은행의 기대다.
다만, 이런 의도가 실제로 효과를 거둘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시중 은행들이 자금 대출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는데다, 이 경우 오히려 자금이 필요한 개인이나 법인 등에 대출을 해 주며 중앙은행에 부담하는 수수료를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
또 일본은행의 의도대로 돈이 시중으로 많이 풀릴 경우 엔화약세가 급진전될 수도 있다.
지난달 21일 구로다 총재가 국회 답변에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었음에도, 이날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것도 앞으로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하다.
구로다 총재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마이너스 금리 전격 도입을 통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회에서 답변한 지 열흘도 안 돼 입장을 바꿔버린 만큼 구로다 총재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더욱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는 추가 양적완화 정책이나 금리에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었다.
설령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한다고 해도 국채 등 자산 매입을 10조∼20조엔 가량 늘리는 정도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더이상 일본은행이 자산매입 등을 통해 자금 공급이 어려울 경우에나 사용할 ‘히든카드’로 봤던 것이다.
그럼에도, 구로다 총재는 굳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냄으로써 2% 물가상승률 목표 달성을 위한 의지를 과시하는 데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카드가 먹혀들지 않을 경우엔 구로다 총재나 일본은행으로서도 다음 카드로 쓸 정책카드로 마땅한 것이 없다는 점에서 일본 금융권에서는 이를 ‘구로다 총재의 도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본 경제, 그리고 일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이 걸린 이번 구로다 총재의 도박이 성공할지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본 금융시장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 발표 이후 롤러코스터를 탄 듯 요동쳤다.
이날 개장 이후 약보합권에서 움직이던 닛케이종합지수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 소식에 급반등해 한때 전날보다 3.1% 뛴 1,7638.93선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닛케이 지수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낙폭을 확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