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C ‘7대 금지어’ 전달…“정권 바뀌었다고 표기 바꾸라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트랜스젠더(성전환자)와 태아 등 특정 단어를 정부 보고서에 적지 못하게 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16일 WP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정책 분석 담당 공무원들은 지난 14일(현지시간) 2019년도 예산 관련 설명회에서 7개 금지어를 전달받았다.
CDC 예산 편성을 위한 정책 분석 보고서를 작성할 때 이들 금지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해당 금지어는 ▲취약한(vulnerable) ▲재정 지원 혜택(entitlement) ▲다양성(diversity) ▲트랜스젠더 ▲태아(fetus) ▲증거 기반(evidence-based) ▲과학 기반(science-based)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 부처·기관은 연초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에 차기 연도 예산 편성을 위한 보고서를 제출한다. OMB는 이를 수렴해 통상 2월께 정부 예산안을 공개한다.
CDC의 조치는 보수 정권인 트럼프 정부가 인정하지 않거나 선호하지 않는 단어가 보고서에 담기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침을 전한 CDC 재정 담당 고위 관계자는 “지시받은 대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정책 분석관들이 전했다.
설명회에서는 일부 금기어에 대한 ‘대체 용어’도 제시됐다.
‘과학 기반’과 ‘증거 기반’이라는 말은 ‘CDC는 권고할 때 지역사회의 기준과 희망을 고려한 과학에 근거한다’라는 표현으로 바꾸도록 했다.
그러나 ‘태아’, ‘트랜스젠더’ 등 나머지 5개 금지어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침이 없는 상태라고 WP는 전했다.
분석관들은 “CDC는 지카 바이러스가 태아에 미치는 영향이나 트랜스젠더 에이즈 예방 문제 등을 직접 다루는 기관”이라며 “정권의 이념 때문에 보고서에 특정단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기는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정부 들어 보건복지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성 소수자(LGBT) 관련 내용을, 환경보호청(EPA)은 기후변화 관련 페이지를 각각 삭제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