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내 미군유해 수습 사업은 북미간 신뢰구축조치 의미도

북한내 미군유해 수습 사업은 북미간 신뢰구축조치 의미도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6-14 17:22
수정 2018-06-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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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전 중단된 공동 사업 형태로 재개될지 주목

6.12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북한 지역에 있는 한국전 당시 미군 전쟁포로(POW)와 전쟁실종자(MIA)들의 유해를 수습하고 송환키로 한 것은 기본적으로 유족들의 소망에 따른 인도주의적 조치이지만, 북미 관계에서 정치, 군사, 안보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지난 1996년-2005년 진행된 미국과 북한 간 공동 유해발굴 사업이 2005년 5월 25일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미국 국방장관의 지시로 갑자기 중단된 배경을 뒤집어 보면 뚜렷이 드러난다.

당시 미 국방부는 “북한의 6자회담 미복귀, 최근의 핵무기 개발 의도 천명,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으로 야기된 불확실한 환경”을 이유로 들었다.

북핵 문제가 급격히 악화할 경우 북한에서 활동하는 미국 발굴단 30명 안팎이 북한에 인질로 억류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라는 풀이가 따랐다.

미군 태평양사령부는 미국 발굴단과 미군 당국간 자유로운 통신을 북한이 제한하기 때문에 “병력 보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발굴단은 평양에 있는 미군 연락장교 1명을 통해 매일 한 차례 미군 당국에 보고했는데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것으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공동 발굴 중단 배경엔 또 북한에 지급하는 발굴 경비 문제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2005년 5월 26일 내놓은 ‘대북 해외 지원’ 보고서는 미 국방부가 1993년부터 미군 유해 수습을 위해 북한에 지급한 돈이 2천800만 달러(303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해 6월 8일 나온 “전쟁포로와 전쟁실종자‘ 보고서에선 1천500만 달러로 추산했다.

미군이 베트남과 라오스 등에서 하고 있는 공동 유해 수습 활동에서처럼 북한에서도 북한이 제공하는 인력, 자재, 시설, 장비 등의 사용료 명목이다. 현금으로 유엔사를 통해 북한군에 전달됐다.

2002년부터는 다음 해 발굴 사업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북한 협상단 7명을 방콕으로 초청해 협의하기도 했는데 그 비용이 2만5천 달러가 들었지만 이는 포함하지 않은 액수다.

CRS 보고서는 미군이 북한에 발굴 비용으로 지급한 돈에 대해 ”일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일각에선 이 돈이 결국은 일종의 대북 보조금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한다“고 전했다.

당시 미국은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는 정책 수단으로 재무부를 중심으로 일본과 손을 잡고 북한의 돈줄 죄기에 본격 나선 터였다. 유해 발굴 사업은 북한 측에선 인민무력부 소관이어서 미국이 지급하는 사업비는 고스란히 북한 군부에 들어가게 돼 있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국무부가 북핵 9.19 공동성명을 성사시킨 직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계 각국 금융기관들의 대북 금융거래를 차단할 목적으로 대표적으로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BDA)에 제재 조치를 취해 이 은행에 있던 북한 계좌를 동결시킴으로써 공동성명의 이행을 장기간 공전시킬 정도였다.

앞으로 6.12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포함된 전쟁포로와 전쟁실종자 유해의 수습과 송환이 어떻게 진행될지 구체적으로 발표된 것은 없다.

그러나 만약 10여 년 전처럼 미국과 북한 간 공동 발굴 형태로 재개된다면, 한 차례 한 달 가까이, 1년에 여러 차례 북한에서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이를 위해 미군 병력과 전문가 등이 한 번에 수십 명씩 북한 현장에서 작업을 하며, 그 기간엔 평양에 연락 장교가 머물게 되고, 북한이 제공하는 인력과 장비 등에 큰 액수의 사용료를 지급하게 된다.

그만큼 북한과 미국 간 정치적 긴장관계가 완화되며, 미군 발굴단이 북한에 머무는 동안엔 북미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북미간 전형적인 신뢰구축조치(CBM)의 하나가 될 수 있다.

특히, 지난 2011년 6월엔 존 케리 미 상원의원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 내 미군 유해 발굴 사업을 시작으로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미국 정부에 촉구하면서 이 사업에 대한 논의는 ”북한 인민군과 직접적인 대화 채널을 열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또 10년전처럼 만일 미국이 유해 발굴 경비로 달러화를 북한에 현금 지급하게 되면, 기존의 대북 제재 체제에도 사실상 큰 변화가 있게 된다.

평창올림픽 때만 해도 마식령 스키장 남북 공동훈련을 위해 방북하는 남측 대표단 전세기의 영공 통과료와 갈마비행장 이용료, 북한 만경봉호에 대한 유류공급 문제가 논란이 됐었다.

북한 지역 내 미군 유해 문제는 1980년대까지 큰 관심사가 되지 못하다가 미국과 관계개선을 희망하던 북한이 1980년대 말 미국과 미군 유해 수습·송환 문제를 두고 공식 대화를 시작, 빌 클린턴 대통령 임기 첫 해인 1993년 ’미군 유해 문제와 관련한 합의서‘를 채택했다.

1990-1994년은 북한이 단독으로 발굴한 미군 유해 208구를 미국에 송환했으나, 1996년부터는 북미 양국의 공동 발굴 사업이 시작됐다.

이 사업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문제로 인해 2002년 10월부터 2003년 6월까지 일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이후 재개돼 2005년에도 모두 5차례 발굴 작업을 벌이기로 북한과 합의된 상황에서 2차례 만에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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