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파도가 해변 20m까지”…쓰나미 덮친 인니 해변 ‘패닉’

“커다란 파도가 해변 20m까지”…쓰나미 덮친 인니 해변 ‘패닉’

김태이 기자
입력 2018-12-23 14:36
수정 2018-12-2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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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관광객 7명도 급히 피난…“한국인 인명피해 접수 없어”

“바닷물이 빠지더니 10분쯤 뒤 큰 파도가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순다해협에서 22일 밤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피해지역인 반텐 주 스랑 지역 안예르 해변에 있었던 주민 카밀라 아프리안티(18)는 23일 현지 일간 콤파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안예르 해변 호텔에 있었던 그는 현지시간으로 오후 7시께 갑작스레 물이 빠지기 시작했지만, 당시만 해도 무슨 의미인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카밀라는 “하지만 곧 큰 파도가 해변에 밀려왔고 수위가 계속 올라가더니 호텔 안까지 물이 들어왔다. 이에 안에 있던 투숙객과 직원 모두가 급히 바깥으로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거리는 온통 사람들이었다. 곳곳에서 쓰나미를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고, 다들 패닉에 빠져 있었다. 많은 이들이 오토바이 등을 타고 언덕으로 대피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지역에는 한국인 관광객들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안예르 해변에 있던 한국인 관광객 7명이 쓰나미에 놀라 안전지대로 피신했다. 이 밖에 한국인 피해 사례는 아직 접수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내륙의 이슬람 사원으로 피난한 한국인 관광객들은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된 듯 현재 연락이 닿지 않지만, 해가 밝는대로 더 안전한 지역으로 빠져나오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순다해협에 면한 다른 지역에서도 주민과 관광객이 앞다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노르웨이 국적의 외위스테인 룬 안데르손은 순다해협에 있는 작은 화산섬인 아낙 크라카타우의 사진을 찍던 중 “커다란 파도가 닥쳐오는 걸 봤다”면서 “파도가 해변에서 15∼20m까지 내륙으로 밀려 들어와 달아나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호텔 구역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도로에 있던 차량이 잠겼다면서 “다행히 가족들과 함께 숲길을 통해 고지대로 안전히 피난했고, 현지 주민들이 우리를 보살펴 줬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최대 피해지역은 반텐 주 판데글랑 리젠시(군·郡)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은 23일 오전 7시까지 파악된 사망자 43명 중 33명이 이 지역에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앞서 재난 당국은 순다해협 일대에선 전날 오후 9시 27분께 해저 산사태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쓰나미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BMKG)은 만조로 수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작은 쓰나미가 발생하는 바람에 예상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순다해협 주변에선 특별한 지진 활동이 감지되지 않았지만, 약 305m 높이의 작은 화산섬인 아낙 크라카타우 화산이 22일 약 4차례 분화하면서 해저 산사태와 쓰나미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반텐 주 해변과 수십㎞ 거리에 위치한 아낙 크라카타우 화산은 올해 6월부터 간헐적인 분화를 이어왔다.

이 화산은 22일 오후 5시 22분에는 정상으로부터 1천500m 높이까지 화산재를 뿜어 올리는 등 비교적 큰 분화를 일으켰고, 오후 9시 3분에도 재차 분화했다.

BMKG 당국자는 “주변 지역에서 측정된 쓰나미의 높이는 0.28∼0.9m였다. 다만, 좁은 만 등에서는 충격이 증폭돼 파도의 높이가 더 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어 지진과 화산분화, 쓰나미 등으로 인한 피해가 자주 발생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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