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 축제하던 인도의 거리…시신으로 가득 찼다[이슈픽]

“코로나 끝” 축제하던 인도의 거리…시신으로 가득 찼다[이슈픽]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1-04-26 10:39
수정 2021-04-2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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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드는 코로나 시신에 무너진 화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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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동안 1만명 코로나 사망…인도 길거리는 화장장이 됐다
나흘 동안 1만명 코로나 사망…인도 길거리는 화장장이 됐다 24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에 임시로 마련된 노천 화장장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한 이들의 시신들이 화장되고 있다. 최근 4일간 누적 신규 사망자 수는 9758명으로 1만명에 육박했고 이날 오전 코로나19 일일 신규 사망자 수는 2767명으로 날마다 종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뉴델리에서만 역대 최다인 357명이 사망한 이날 화장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35만명에 육박하며 인도의 코로나19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뉴델리 로이터 연합뉴스
“5살 아이와 15살 아이, 신혼부부까지 함께 사망해 화장장으로 갔다.”

연일 하루 30만 명이 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인도. 한 의료인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망자가 쏟아지고 있다며 울먹였다. 드론에 찍힌 뉴델리의 대형 화장장의 모습은 처참했다. 밀려드는 코로나 시신으로 화장장 마당에 대충 구덩이를 판 뒤, 쉴 새 없이 시신을 태우고 있었다.

그나마도 자리가 없어서 화장장 밖에는 긴 대기줄이 늘어섰고, 한 화장장은 지난 2주간 하루 20시간 화장을 이어간 끝에 굴뚝 일부가 무너져내렸고, 용광로를 식힐 틈이 없어 아예 화장틀이 녹아내리는 곳도 있었다. 집중 감염지역인 수도 뉴델리에선 치료용 산소와 중환자용 병상이 거의 소진됐다.

25일 인도 보건·가족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코로나19 일일 신규 사망자 수(전날부터 약 24시간 동안 주별 통계 합산)는 276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1일 이후 5일 연속 하루 사망자가 2000명을 넘었다. 최근 4일간 누적 신규 사망자는 9758명으로 1만명에 육박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도 이날 34만 9691명으로 나타나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누적 확진자 수는 1696만 172명으로 불어났다.

CNN과 로이터는 수많은 시신이 쉴 새 없이 화장되는 뉴델리의 한 화장장의 모습을 공개했다. 언론은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사망해서 이들을 화장할 화장터가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안타깝게 사망한 이들을 제대로 보내주는 것조차 힘든 상태”라며 수치스러움 때문에 가족이 코로나로 사망한 것을 숨기는 이들도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 코로나19 병원 앞에 줄지어 선 구급차들
인도 코로나19 병원 앞에 줄지어 선 구급차들 인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비상인 가운데 14일(현지시간) 서부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에서 산소 마스크를 착용한 환자들이 코로나19 병원에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구급차 안에서 대기하고 있다. 2021.4.14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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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사흘새 100만명 폭증한 인도
코로나19 확진자 사흘새 100만명 폭증한 인도 인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인 가운데 23일(현지시간) 수도 뉴델리의 그루 테그 바하두르 병원 밖에서 한 코로나19 환자가 입원을 기다리며 임시 병상에 누워 있다. 인도는 이날까지 사흘 사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만 명 가까이 늘어나는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2021.4.24
AP 연합뉴스
느슨한 방역대책이 부른 참사인도 정부의 느슨한 방역대책은 인도인들에게 “코로나19는 거의 끝났다”는 메시지를 줬고, 수천에서 수백만명의 ‘노마스크’ 군중이 몰리는 축제와 선거가 이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런 인도의 상황을 ‘시스템이 무너져 코로나 지옥으로 추락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북부 갠지스강변에서는 1월부터 대규모 힌두교 축제 ‘쿰브 멜라’(Kumbh Mela)가 열리고 있다. 힌두교 신자들은 쿰브 멜라 축제 기간 강물에 몸을 담그면 죄가 사라지고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쉬워진다고 믿고 있다. 입수(入水) 길일에는 하루 최대 수백만명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강으로 뛰어들었다.

2월 말에는 ‘색의 축제’ 홀리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고, 수많은 인도인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서로 색 가루나 물풍선 등을 던지며 분위기를 즐겼다. 남부 한 시골 마을에서는 소똥싸움 축제를 열고 상대편에게 소똥을 던지며 놀기도 했다.

뉴델리 라지브 간디 병원의 의사 아지트 자인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사람들은 코로나19가 여기에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소독 습관은 줄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거의 제로인 상태”라고 지적했다.
쿠르눌 지구 카이루팔라 마을에서 열린 소똥싸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소똥을 던지고 있다. SNS 캡처
쿠르눌 지구 카이루팔라 마을에서 열린 소똥싸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소똥을 던지고 있다. SNS 캡처
인도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폭증으로 비상인 가운데 사두(힌두교 성자)와 신도들이 목욕 의식을 위해 갠지스강으로 행렬을 지어 가고 있다. 연합뉴스
인도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폭증으로 비상인 가운데 사두(힌두교 성자)와 신도들이 목욕 의식을 위해 갠지스강으로 행렬을 지어 가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지옥…삼중 변이바이러스까지이중 변이 바이러스(공식 명칭 B.1.617)가 확산하고 있는 인도에서는 이달 중순 삼중 변이 바이러스까지 발견됐다. 이중 변이 바이러스는 변이 바이러스 두 종류를 함께 보유한 바이러스고, 삼중 변이 바이러스는 여기에 변이가 하나 더 추가된 형태로 전염성이 강하다. 인도에는 현재 이들 바이러스 외에도 영국발,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브라질발 변이도 퍼진 상태다.

NDTV는 “변이들은 인도뿐 아니라 전 세계에 새로운 확산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에서는 지금까지 약 1억3230만회분의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 주민 항체 형성 비율이 높은 상태에서 오히려 무서울 정도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WHO의 마리아 반 케르코브는 “변이 바이러스가 전염을 증가시키고 기존에 나온 백신의 억제 능력도 저하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 지원 착수한 국제사회인도가 보건 위기에 처하자 국제사회는 속속 인도 지원에 착수했다. 미국은 인도가 코로나19 백신을 만들 수 있도록 원료물질을 제공하기로 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26일 성명에서 인도가 위탁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코비실드) 원료물질 공급원을 확인했다면서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신속히 조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인도를 지원하기 위해 자원을 모으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도 지원계획을 밝혔다. 영국은 인도에 산소호흡기를 비롯한 필수 의료장비를 1차로 보낸 데 이어 다음 주 추가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인도 코로나 검사-AP 연합뉴스
인도 코로나 검사-AP 연합뉴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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