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선 여성들, 마이너리티를 위해 주먹을 쥐다

올림픽에 선 여성들, 마이너리티를 위해 주먹을 쥐다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1-08-04 14:33
수정 2021-08-0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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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중립 강조하던 올림픽 분위기 달라져
‘행동하는 운동선수’ 그웬 베리는 주먹 시위
레이븐 손더스, X자 시위로 인종적 차별 대항
女 축구팀들 무릎꿇기로 성·인종 차별 비판
IOC ‘조사 착수’ vs USOPC ‘문제 없다’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올림픽에서 영국 여자축구선수가 인종적 차별 및 성차별에 대항하는 의미로 무릎꿇기를 하는 모습. AP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올림픽에서 영국 여자축구선수가 인종적 차별 및 성차별에 대항하는 의미로 무릎꿇기를 하는 모습. AP
올림픽에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금기였다. 하지만 일본 도쿄올림픽은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변화의 분기점이 되는 분위기다.

행동하는 운동선수로 잘 알려진 그웬 베리(32)의 ‘주먹 시위’를 중심으로 레이븐 손더스(25)의 ‘X자 시위’나 미국 여자축구팀의 ‘무릎꿇기’ 등 성적·인종적·사회적 불평등에 항의하는 제스처가 다양하게 나왔다. 대부분이 여성 선수들로 이들은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소외 계층’(마이너리티)을 위해 용기를 내 주먹을 쥐었다.

흑인 여성인 베리는 3일 해머던지기 결선에서 12명 중 11위로 경기를 마쳤지만, 주먹을 두 번 드는 ‘주먹 시위’를 한 것을 강조했다. USA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베리는 경기 후 “사회적 부당함, 인종적 부당함, 나는 단지 대표하려 이곳에 왔다. 나 같이 목소리를 내고 이것(인종 차별에 대한 시위)을 이어가는데 많은 이들이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잘 안다. 내가 그들을 대변하는 한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베리는 2019년 대회 때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주먹 시위’를 했고, 이번 미 국가대표 선발전 시상식장에서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했다. 싱글맘인 베리는 2014년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이 백인 경찰의 총탄에 맞고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 시위에 나섰고, 이후 구조적인 인종차별을 고치지 못하는 국가에 대해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왔다.
일본 도쿄올림픽 포환던지기에서 은메달을 딴 뒤 시상식에서 ‘X자 시위’를 벌이는 미국 레이븐 손더스. AP
일본 도쿄올림픽 포환던지기에서 은메달을 딴 뒤 시상식에서 ‘X자 시위’를 벌이는 미국 레이븐 손더스. AP
베리의 2019년 주먹 시위는 미국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가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선수들의 제스처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기로 규정을 바꾸는데 일조했다.

지난 1일 미국 포환던지기 선수로 은메달을 목에 건 흑인 여성 손더스도 지난 1일 시상대에서 양팔로 ‘X자’를 그리며 억압받는 이들을 대변했다. 그는 당시 X자에 대해 “탄압받는 모든 사람이 서로 만나는 교차점“이라며 “투쟁하는, 하지만 자신을 대변해 줄 기반이 없는 전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흑인인 그는 성소수자이기도 하다.

NBC방송은 미국 여자 축구팀을 포함해 영국·칠레·뉴질랜드 팀 등이 ‘무릎꿇기’ 시위를 했다고 전했다. 지난 24일 일본과 영국의 여자축구 조별리그전에서는 양팀 선수는 물론 심판까지 무릎꿇기에 동참했다. 본래는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상징적 행위지만, 성적 차별에 대한 저항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여자 하키팀들도 이에 동참했고, 독일 여자 하키팀 주장은 무지개색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 성소수자를 옹호하기도 했다.
영국 여자 하키팀 선수들이 2일 성차별 및 인종적 차별에 대항하는 의미로 무릎꿇기를 하고 있다. AP
영국 여자 하키팀 선수들이 2일 성차별 및 인종적 차별에 대항하는 의미로 무릎꿇기를 하고 있다. AP
다만 올림픽 헌장 50조에는 ‘올림픽 관련 장소에서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금한다’는 규칙이 여전히 있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손더스의 X자 시위를 정치적 선전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지만, USOPC는 “규정 위반이 아니다”라며 손더스를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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