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추도식 ‘강제동원’ 언급없이 30분 만에 끝나

사도광산 추도식 ‘강제동원’ 언급없이 30분 만에 끝나

도쿄 명희진 기자
입력 2024-11-24 17:25
수정 2024-11-2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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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신사 참배 논란이 일었던 일본 중앙정부 대표인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이 24일 오후 사도섬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 이후 뒷문을 통해 급히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사도 도쿄특파원 공동취재단
야스쿠니신사 참배 논란이 일었던 일본 중앙정부 대표인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이 24일 오후 사도섬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 이후 뒷문을 통해 급히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사도 도쿄특파원 공동취재단


24일 오후 1시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반쪽짜리’ 사도광산 추도식은 한국 측 유족의 자리를 비워 둔 채 30여분 만에 종료됐다. 인사말로 명명한 추도사는 세계유산 등재라는 성과만 강조됐고 강제노역 사실이나, 희생자에 대한 사죄 표현은 한 차례도 없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논란이 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은 추도식이 끝난 뒤 한국 취재진의 질문을 피해 뒷문으로 급히 모습을 감췄다.

이날 일본 사도광산추도식 실행위원회는 한국인 유족들이 불참한 가운데 추도식을 강행했다. 일본 측에서는 이쿠이나 정무관을 비롯해 하나즈미 히데요 니가타현지사, 와타나베 류고 사도시 시장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 측 유족을 위한 40여개 좌석은 텅 빈채였다. 식장에는 희생자라는 표현이 빠진 ‘사도광산 추도식’이라는 글자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고, 백합을 올린 헌화대를 설치했다. 추도식은 묵념, 추도사 낭독, 헌화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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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 식장을 알리는 임시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사도 명희진 특파원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 식장을 알리는 임시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사도 명희진 특파원


일본 정부 측 대표로 참석한 이쿠이나 정무관은 “광산 노동자 중에서는 1940년대 전시 노동자 정책에 따라 한반도에서 온 많은 노동자가 포함돼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온 노동자들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사회적 상황 아래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며 광산 내의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 속에서 어려운 노동에 종사했다”며 “돌아가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그는 상당 부분을 조선인 노동자에 대해 언급했으나 ‘강제동원’을 명확히 언급하거나 사죄의 표현을 쓰지 않았다. 80년대 아이돌 그룹 출신인 이쿠이나 정무관은 2022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이력이 불거지는 등 추도식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논란이 계속된 인물이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이날 추도식이 끝난 뒤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사실이 있냐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서둘러 차를 타고 식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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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이 24일 오후 사도섬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도 도쿄특파원 공동취재단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이 24일 오후 사도섬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도 도쿄특파원 공동취재단


한국 정부가 반대해 온 ‘감사’, ‘기쁨’ 등의 표현도 등장했다. 나카노 고 집행위원회장은 “사도 광산이 세계의 보배로 인정받았음을 보고드릴 수 있게 된 것은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온 우리의 큰 기쁨”이라며 “광산에서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의 활약 덕분”이라고 했다. 하나즈미 지사는 “광산 채굴, 발전에 공헌한 모든 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한다”고 했고, 와나타베 시장도 “사도 광산 발전에 관련된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함과 동시에 돌아가신 분들에게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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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한국 정부 관계자와 유족들의 자리가 텅 비어있다. 일본 측은 ‘인사말’로 명명한 추도사에서 애도의 뜻은 밝혔으나 ‘강제 징용’ 언급을 피하는 등 ‘반쪽짜리’ 추도식을 치렀다. 사도 도쿄특파원 공동취재단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한국 정부 관계자와 유족들의 자리가 텅 비어있다. 일본 측은 ‘인사말’로 명명한 추도사에서 애도의 뜻은 밝혔으나 ‘강제 징용’ 언급을 피하는 등 ‘반쪽짜리’ 추도식을 치렀다.
사도 도쿄특파원 공동취재단


추도식에 참석한 아라이 마리 사도시의원은 “한국 노동자와 유족들의 아픔에 대한 공감 표시가 핵심이 됐어야 했다”며 “(추도식이 아니라)세계 유산 등재에 기여한 사람들의 모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혹평했다.

한편 추도식에 불참한 한국 정부는 25일 오전 9시 사도광산의 조선인 기숙사였던 ‘제4상애료’터에서 별도의 독립적인 추도 행사를 진행한다. 이날 오후 니가타에서 입도한 한국 유족 9명은 강제노역 관련 전시물이 설치된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등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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