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해방신학의 상징 로메로 대주교 순교자 되다

남미 해방신학의 상징 로메로 대주교 순교자 되다

입력 2015-02-04 00:26
수정 2015-02-04 03:5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교황, 암살 35년 만에 복권 선포

엘살바도르 군사 정권에 맞서며 가난한 이들을 대변했던 남미 해방신학의 상징적 인물 오스카 로메로(1917~1980) 대주교의 죽음이 순교로 인정받았다.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
프란치스코 교황은 3일 바티칸 시성성 회의에서 로메로 대주교가 신앙에 대한 증오 때문에 살해됐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로메로 대주교의 시복은 그가 살해된 것이 신앙을 고수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가난한 민중을 도우려는 정치적 행동 때문인지를 두고 답보를 거듭해 왔다. 해방신학을 마르크시즘으로 간주한 바티칸이 그에 대한 시복을 꺼린 것도 있다.

취임 직후 바티칸의 분위기를 바꾼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에 대한 걸림돌도 제거했다. 교황은 지난해 8월 한국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세기 편에서 “로메로 대주교를 복자(福者)로 선포하는 것을 막던 교리적 문제가 이미 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 해결됐다”면서 “시복 심의 절차가 교황청 시성성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통적으로 순교는 죽음으로 가톨릭 신앙을 지킨 경우로 한정됐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목을 하다 죽어도 순교로 인정할 것을 검토하도록 신앙교리성에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엘살바도르에서 농민과 지주 사이에 벌어진 토지 분쟁이 정부군과 좌익 반군 간 내전으로 번져 1980~1992년 모두 7만명이 희생됐다. 당시 우익 군사 정권의 독재와 인권 탄압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대변했던 로메로 대주교는 1980년 미사 도중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남미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로메로 대주교의 삶은 1993년 할리우드 영화 ‘로메로’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졌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2015-02-04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