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마론의 팟캐스트 출연’솔직한 대화’ 눈길
”괜찮으면 담배 한 대 피워도 될까요, 정말 한 대 피우고 싶군요. 약간 신경이 곤두서네요.”미국의 코미디언 마크 마론(51)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인터뷰를 무사히 마친뒤 “대통령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면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인터뷰는 LA 하일랜드파크에 있는 마론의 자택 차고에서 진행됐다. 방송 스튜디오를 15.3㎡(4.6평) 규모의 차고에 설치했기 때문이다.
마론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평소와 마찬가지로 체크 무늬 셔츠와 청바지, 부츠를 신고 편안하게 진행했다.
그는 “내게는 격식에 맞는 옷(정장)이 없다”면서 “조금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대통령은 내가 누군지 잘 알고 있다. 대통령도 상의를 입지 않았다”고 웃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방송에서 최근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벌어진 인종혐오 총격사건과 관련해 흑인을 지칭하는 금기어까지 사용하며 미국의 인종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인종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그것은 단순히 공개적인 자리에서 ‘깜둥이’(nigger)라고 말할 정도로 무례한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단지 여섯 알파벳에 불과한 이 단어는 흑인을 비하하는 의미 때문에 역대 미국의 어느 대통령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었다.
금기를 깨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단호한 어조를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방송 진행자인 마론의 출중한 인터뷰 역량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로 마론의 팟캐스트는 출연한 유명 인사들이 심심찮게 자신의 숨겨진 비화를 털어놓아 화제가 되곤 했다. 배우 로빈 윌리엄스는 자살하기 4년 전 마론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알코올 중독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눈물겨운 고생담을 털어놨다.
이 같은 진행에 힘입어 마론의 팟캐스트는 매달 500만여 회, 1회당 월평균 45만여 회의 내려받기가 이뤄지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에릭 슐츠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차고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은 유일무이한(Unique)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은 판에 박힌 일상적인 인터뷰에서 벗어나 정책의사 결정과정에서 통찰력과 일상생활, 가족에 대한 생각, 과거와 미래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싶어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흑인단체인 ‘전국도시연맹’(NUL)의 마크 모리얼 회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금기어(nigger)를 사용한 것에 대해 어떤 예술가나 시인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 “경멸과 혐오”의 단어라고 비난하면서 교육적인 의도라고 해도 대통령이 사용해서는 안 될 단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단어를 수없이 많이 들었고, 그것은 항상 싸움으로 이어졌다”며 “결코 사용하기에 적절한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인종주의에 대해 기꺼이 이야기하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좋게 평가하고 그 의도가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그 단어는 남부연합기나 KKK 이웃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흑인 작가이자 시인인 이스마엘 리드는 “대통령이 도발했다고 생각한다”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솔직하게 터놓고 싶어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듣게 하려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존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마론과 마주 앉았을 때 그 단어를 사용할 계획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 단어를 꺼내게 됐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전혀 후회하지 않고 있으며 여론의 반응에 대해 놀라워하지도 않고 있다”고 전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그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더 이상 명백할 수 없다”면서 “그 단어는 오바마 대통령이 오랫동안 고민하고 강조해 온 요점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그 단어를 사용한 것이 도발적이지만 주목할 만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항상 그 말을 들어 온 사람에게는 익숙한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논쟁을 만들기 원했다고 설명했다.
마론과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인터뷰 섭외를 위해 1년 전부터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성사 가능성이 타진됐고, 5월에 최종 확정됐다.
백악관 경호실(SS) 요원들은 지난주 마론이 하와이 여행을 간 사이 마론의 자택을 점검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넘어지지 않도록 차고를 깨끗이 치워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마론의 팟 캐스트에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근 주민들도 마론 집 주위에 나와 대통령의 등장을 환영했다. 일부 시민은 피에로 복장을 하고 저글링을 하기까지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뷰를 마치고 대통령 인장이 그려진 종이 커피컵을 남기고 떠났다. 마론은 대통령이 떠난 지 한참이 지나도록 커피 컵을 만지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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