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서 강의실서 “기독교인이냐” 물은 뒤 쏴… 10명 사망
미국 오리건주의 한 대학에서 총기를 난사한 20대 남성은 기독교도를 선별해 쐈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왔다. 미국에서는 최근 몇 달 새 교회와 군시설, 극장, 생방송 현장 등 곳곳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총기 규제 문제가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핫이슈’로 떠올랐다.
로즈버그 AFP 연합뉴스
총기사고 언제까지…
1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주 로즈버그의 한 대학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희생자들을 위해 열린 추모 행사에서 시민 수백명이 촛불을 켜고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합창하며 비통해하고 있다.
로즈버그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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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혼혈… ‘종교를 싫어하는 모임’도 가입
현지 경찰은 머서의 범행 동기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목격자 등의 진술을 통해 볼 때 종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부상한 학생 애너스테이지아 보이런(18)은 수술을 받기 전 아버지에게 “범인이 총을 재장전하며 ‘기독교인이면 일어나라’고 명령했고 사람들이 일어나자 범인은 ‘좋아. 당신들은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1초 안에 하나님을 볼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총을 쏴 죽였다”고 말한 것으로 CNN이 전했다. 목격자의 가족이라고 주장한 한 네티즌도 트위터를 통해 “범인이 ‘기독교인이냐’고 물어본 뒤 ‘그렇다’고 답하면 머리를 쏘고 ‘아니다’라고 하거나 답을 하지 않으면 다리를 쐈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해 머서는 한 데이트 사이트에 자신을 종교가 없고 ‘혼혈’이며 ‘보수적인 공화당 지지자’라고 소개했다. 또 이 사이트의 ‘조직화된 종교를 싫어하는 모임’에도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머서가 사망하는 바람에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머서는 대학 인근 더글러스 카운티 윈체스터에 살았으며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외부와의 접촉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머서가 평소 군복 스타일 바지와 부츠를 신고 총기가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을 봤다면서 “머서가 사격을 좋아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총기 규제’ 대선 앞둔 美정치권 핫이슈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에서 일상이 된 총기 사건 해결을 위해 이제 정말로 무엇인가 해야 한다”며 강력한 총기 규제 법안 마련을 의회에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단지 우리의 애도와 기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이것만으로는 추후 발생할지 모르는 비슷한 사건들을 결코 막아낼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이번 사건에 대해 “이 같은 집단 살인이 다시 발생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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