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反이민 무관용’에 반기… 美도, 국제사회도 뿔났다

트럼프 ‘反이민 무관용’에 반기… 美도, 국제사회도 뿔났다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8-07-01 23:04
수정 2018-07-02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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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이민자 가족 재회 촉구 美 750개 도시서 대규모 시위

美 이민세관단속국 직원들은 “조직 해체해 달라” 장관에 서한
국제사회의 트럼프 반감 노골화
IOM사무총장 선거 美후보 낙마
여배우도, 어린이도 ‘거리로’
여배우도, 어린이도 ‘거리로’ 미국 전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에 대한 거센 반발이 이는 가운데 진보 성향의 할리우드 스타 수전 서랜던(가운데)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가족 구금을 멈춰라’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든 채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자녀 격리 정책에 항의하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여론에 떠밀려 불법이민자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불법이민자 무관용 정책’에 대한 역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 전역에서 격리 가족들의 즉각적 재회를 촉구하는 시민 집회는 물론 불법이민자 단속 전담 기관 내부에서 조직을 해체해 달라는 청원이 등장했고,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이 독식해 온 이민자 관련 기구 수장직을 뺏겼다.

CNN 등 미 언론들은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댈러스 등 미국 전역 750개 도시에서 수십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이민정책 항의 시위를 일제히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불법입국자 가족에 대해 부모와 아이를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중단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이미 격리된 부모와 아이가 다시 결합하는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미국에는 2000여명의 아이들이 집단 구금시설이나 위탁 보호시설에 수용된 채 부모와 만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 집회 참석자 수십만명은 각 도시에서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한다’(Families Belong Together)고 적힌 피켓을 들고 강제로 분리된 불법이민자 가족들의 즉각적 재회를 요구하고 무관용 정책의 전면 중단을 촉구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전역 750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집회 가운데 로스앤젤레스의 불법이민자 구금 시설 앞 집회에 등장한 티셔츠에 그려진 트럼프 반대 그림. 로스앤젤레스 AFP 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미국 전역 750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집회 가운데 로스앤젤레스의 불법이민자 구금 시설 앞 집회에 등장한 티셔츠에 그려진 트럼프 반대 그림.
로스앤젤레스 AFP 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매캘런의 한 집회에서 한 어린이가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한다’(Families Belong Together)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매캘런 EPA 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매캘런의 한 집회에서 한 어린이가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한다’(Families Belong Together)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매캘런 EPA 연합뉴스
NBC는 뉴욕에서만 약 3만명이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며 “이민자들이 이 다리를 건설했다”고 외쳤다고 전했다. 워싱턴DC에서도 시위대 3만여명이 백악관 인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부끄러운 줄 알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메인주 포틀랜드에서는 집회 규모가 커지면서 주요 거리가 폐쇄됐고 불법이민자 자녀들이 격리된 수용소 인근의 텍사스주 매캘런 국경경비대 시설 앞에도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이번 집회는 영국 런던, 독일 뮌헨과 함부르크, 프랑스 파리 등 해외 대도시에서도 함께 열렸다. 이날 시위에는 엘리자베스 워런, 벤 카딘, 에드 마키 상원의원과 조 케네디 3세,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 등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과 가수 얼리샤 키스, 여배우 아메리카 페레라 등 아티스트들도 대거 참여했다. 앞서 진보 성향의 여배우 수전 서랜던은 지난달 28일 워싱턴DC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항거하고자 열린 ‘여성 불복종’ 집회에 참석했다가 체포됐다.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들 일부가 “조직을 해체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상급 기관인 국토안보부의 키어스천 닐슨 장관에게 보낸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ICE 조사관 19명이 연대 서명해 닐슨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는 “ICE를 해체하고 우리 임무를 다른 부처에 귀속시켜 달라”는 요구 사항이 담겨 있다. ICE는 불법이민자 단속 외에도 인신매매 단속, 마약 거래, 사이버 범죄 대응 등도 맡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인 불법이민자 단속으로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인신매매·마약 거래 등을 단속하는 제2의 기구를 창설하고 불법이민자 단속과 구금, 추방은 별도의 조직에서 관장하도록 기능을 분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마크 포칸 민주당 하원의원 등은 2003년에 창설된 ICE가 다른 기관들과 업무가 중복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남용의 도구가 되고 있다며 지난주 ICE 해체 입법안을 제출했다.
국제사회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감이 노골화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제이주기구(IOM) 사무총장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밀었던 미국 후보인 켄 아이작스가 결선투표에도 오르지 못한 채 탈락했다. 새 사무총장에는 포르투갈 출신의 안토니우 비토리노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이 선출됐다.

이주자 보호와 권리 증진을 추구하는 국제기구인 IOM은 1951년 설립 후 단 한 차례(1961~1969년)를 빼고는 미국인이 사무총장을 맡는 게 관례였다. IOM에 가장 많은 예산을 지원하는 국가가 미국이기도 했지만 ‘이민자의 나라’라는 역사적 상징성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를 지낸 케이스 하퍼는 트위터에 “미국의 힘과 권위, 명망이 소멸되는 또 하나의 징조”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8-07-0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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