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레지오넬라균’ 집단 감염…환자 90명
할렘 지역 건물 냉각탑에서 뿜어져나와
오한·고열…면역력 약한 환자에 치명적

에어컨 필터 청소 이미지. 자료 : 아이클릭아트
미국 뉴욕에서 레지오넬라균 집단 감염이 발생해 3명이 숨지자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대형 건물의 냉각탑 속 냉각수에서 뿜어져나온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는데,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사망률이 80%에 이를 수 있다.
14일(현지시간) 미 CNN 등에 따르면 뉴욕시 보건부는 지난달 맨해튼 북부 할렘 지역에서 발생한 레지오넬라균 집단 감염으로 인한 환자가 90명에 이르며 이중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번 집단 감염은 지난달 25일 처음 보고됐다. 이어 1주일 동안 22명이 감염돼 이중 1명이 숨졌으며, 불과 열흘 사이에 환자가 70명 가까이 늘었다.
레지오넬라균은 하천이나 호수, 온수시설, 에어컨 등 냉방시설의 냉각탑 속 냉각수, 가습기 등에서 검출된다.
특히 여름철에는 대형 건물의 냉각탑 속 냉각수에 증식한 레지오넬라균이 수증기 형태로 뿜어져나오면서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침투할 수 있다.
뉴욕시 보건부는 할렘 지역의 한 건물의 냉각탑 속 냉각수에서 레지오넬라균이 뿜어져 나온 것으로 보고, 해당 지역의 냉각탑을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실시했다. 이어 레지오넬라균이 검출된 냉각탑에 대해 청소 명령을 내렸다.
다만 당국은 “집단 감염이 발생한 지역 외에서 에어컨을 사용하거나 물을 마시는 것은 안전하다”고 밝혔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그린 ‘냉방병’ 이미지.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되는 레지오넬라증은 흔히 냉방병으로 여겨지지만, 에어컨의 찬 공기에서 벗어난 뒤에도 오한과 발열 등 감기 증상이 이어질 경우 레지오넬라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레지오넬라증은 여름철에 주로 발생하며, 50세 이상 장년층이나 흡연자, 만성 폐 질환자, 암 환자 등이 취약군이다.
발병 초기에는 입맛이 없고 두통과 권태감이 느껴지며, 이후 오한과 함께 고열, 마른 기침, 설사, 복통, 폐렴으로 이어진다.
레지오넬라증 환자에게는 항생제 치료가 효과가 있지만, 기저질환으로 면역력이 약화된 환자가 감염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사망률이 80%에 달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레지오넬라증 환자 10명 중 1명은 합병증으로 사망하며,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더라도 25%는 사망한다고 설명한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6000건의 레지오넬라증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증가 추세라고 NYT는 전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형 건물의 냉각탑과 물탱크, 에어컨 필터 등의 청소와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