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에 멈추고 폐쇄하고 사상통제까지… 베이징 ‘계엄상태’

열병식에 멈추고 폐쇄하고 사상통제까지… 베이징 ‘계엄상태’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5-08-23 23:58
수정 2015-08-2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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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운행 정지·호텔 예약도 안 받아…페이스북 등 SNS 접근 대부분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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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앞두고 23일 열린 공식 리허설에서 한 인민해방군 장교가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사병들의 자세를 잡아주고 있다. 다음달 3일 열리는 행사에 앞서 중국 정부는 실제 열병식을 상정해 22일 밤부터 23일 오전까지 1만여명의 장병과 500여대의 장비를 동원해 예행연습을 진행했다. 베이징 EPA 연합뉴스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앞두고 23일 열린 공식 리허설에서 한 인민해방군 장교가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사병들의 자세를 잡아주고 있다. 다음달 3일 열리는 행사에 앞서 중국 정부는 실제 열병식을 상정해 22일 밤부터 23일 오전까지 1만여명의 장병과 500여대의 장비를 동원해 예행연습을 진행했다.
베이징 EPA 연합뉴스
‘항일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국은 사실상 계엄 상태로 변했다. 중국 언론도 열병식이 열리는 톈안먼(天安門) 광장과 창안제(長安街·장안대로) 주변, 왕푸징 주변, 베이징대 및 칭화대를 ‘계엄 지역’으로 표시하고 있다. 군인과 무장경찰이 이 지역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병식 리허설이 열린 23일 0시부터 낮 12시까지는 톈안먼 광장 등 핵심 지역을 지나는 지하철 1호선이 완전히 운행을 멈췄다. 2, 4, 5, 9, 10호선도 톈안먼 주변 주요 역은 무정차 운행했다. 253개 버스 노선이 변경돼 운행됐으며 이 중 69개 노선은 아예 운행하지 않았다. 왕푸징, 둥단, 쳰먼, 시단, 산리툰 등 주요 상업지역도 일제히 폐쇄됐다. 22일 열릴 예정이었던 BBC 심포니오케스트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합창단의 공연이 전격 취소됐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 등은 오는 31일부터 나흘 동안 객실 예약을 받지 않기로 했다.

행사 전날인 9월 2일과 당일인 3일에는 더 엄격한 통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내 중심에서는 무선인터넷과 이동전화 전파가 차단된다. 3일 오전 9시 30분부터 3시간 동안 민항기의 이착륙이 중지된다.

물리적 통제보다 더 강력한 것은 사상 통제이다. 베이징대와 칭화대는 지난 20일부터 무장 경찰이 학교를 접수하고 외부인 출입을 막고 있다. 열병식 기간 불순분자가 침입해 학생 시위를 촉발할 우려 때문이다. 서방 언론 사이트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사설가상망(VPN)도 대부분 차단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공안당국이 민간인 85만명을 순찰조로 편입시켜 내·외국인의 동향을 감시하도록 했다”면서 “완벽한 ‘통제 사회’가 됐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베이징 하늘에는 리허설에 참가한 공중조기경보기와 전폭기·전투기 편대가 다수 목격됐다. 중국은 열병식을 통해 핵미사일을 대거 공개할 예정이다. 신화통신은 “전략미사일 부대(제2포병)가 7종 100기 이상의 미사일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41 등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열병 훈련을 위해 인공위성까지 동원됐다. 당국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인 베이더우를 활용해 장비부대의 진행 속도와 거리 오차를 각각 0.3초·10㎝ 이내가 되게 하고, 비행편대는 1m·1초의 오차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22일 공개된 의장대 훈련에서는 실 세 가닥을 활용해 병사들의 주먹 위치, 모자 각도, 발의 위치까지 교정하는 모습이 보였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5-08-2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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