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주요국 부채가 2차 세계대전 직후의 최악 기록을 경신했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25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은행(WB)/IMF 봄철 연차총회 모습. 워싱턴 AP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23일(현지시간) 주요국들의 부채비율이 지난 7월 현재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28%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주요국의 부채비율(124%)을 경신한 것이다.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냈던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명예학장은 “(코로나19를) 전쟁에 비유하는 게 정확하다”며 “우리는 외세가 아닌 바이러스와 지금도 전쟁을 하고 있다. 지출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는 과거 전시 상황과는 다르다는 진단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주요국들은 급속한 경제성장에 기대 부채를 빠르게 줄였다. 1959년 절반 이상의 국가들이 GDP 대비 부채비율을 50% 미만으로 낮췄다. 반면 현재는 인구감소 문제와 기술 문제, 저성장 기조 등으로 부채비율을 당시처럼 줄이는 일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거 2차대전 후에는 출산율이 급증해 가계를 형성했고, 노동력 증가로 이어졌다. 기술 발전과 도시화, 의학 발전 등도 함께 이뤄졌다. 그 결과 1950년대 후반 주요국 경제는 급성장했다. 프랑스와 캐나다는 연간 5%, 이탈리아는 6%, 독일과 일본은 각각 8%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 경제 역시 4% 수준 성장했다.

무엇보다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인구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 노동력 감소 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초까지 이들 7개국 인구증가율은 연 1%에 육박했으나 지금은 일본과 이탈리아의 경우 인구가 감소하는 중이다. 저(低)인플레이션 기조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2차대전 이후 주요국들은 임금과 물가통제를 완화해 인플레이션을 유발, 부채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봤다. 그러나 지금은 2차대전 후와 마찬가지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 지출을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높아진 정부 부채의 시대를 ‘뉴노멀’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WSJ은 내다봤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중앙은행이 장기 금리를 낮추고 성장률 제고를 위해 막대한 양의 국채를 사들이고 있는 만큼 각국 정부가 실질적으로 민간에 진 빚은 큰 부담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례로 오랫동안 부채가 늘어난 일본의 경우 정부 부채가 GDP의 200%를 크게 웃돌고 있는 데도 별다른 재정 위기를 겪지 않고 있다. 미국 역시 국채 26조 달러 중 4조 달러(약 4800조원) 이상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보유 중이며, 일본은 11조 달러의 채무 중 4조 달러 이상을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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