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달 EU 정상회담서 내용 공개
‘브렉시트’(영국의 유로존 탈퇴)를 앞세워 유럽연합(EU)에 날을 세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캐머런 총리에 맞서 EU를 공고히 하려는 비밀 협약을 맺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협약은 다음달 25일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에서 열릴 EU 정상회담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메르켈과 올랑드의 밀약은 캐머런이 다음달 브뤼셀 EU 정상회담에서 내놓을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캐머런은 앞서 지난 22일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EU개혁 카드를 내밀었다. 자신의 총선 공약인 2017년 EU 탈퇴 국민 투표에 앞서 EU에서 영국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협상 결과에 따라 브렉시트가 아닌 EU 잔류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메르켈과 올랑드는 협약에서 2009년 발효된 리스본 조약을 사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리스본 조약은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유럽헌법 조약을 대체하는 개정 조약이다. 정치적 통합까지 규정한 ‘미니 헌법’으로, 이를 개정하지 않고 현 체제를 고수하는 게 메르켈과 올랑드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EU에서 영국 의회의 권한을 일부 강화하고, 영국 기업에 대한 EU의 지나친 간섭을 제한하는 등 일부 협상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유로존의 통합은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캐머런은 이날 런던 다우닝가의 총리 관저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을 초대해 영국과 EU 간의 협약 개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두 지도자는 이 자리에서 EU 개혁 방안과 EU 내 영국 회원국 지위에 관해 논의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5-05-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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