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투우경기 줄면서, 싸움소가 소몰이축제 나온 탓”
올여름 스페인 전역에서 열린 소몰이 축제에서 최소 10명이 황소에 들이받혀 목숨을 잃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황소와 사람들이 함께 달리는 소몰이 축제는 해마다 수십 명이 소뿔에 받히거나 밟혀 다칠 정도로 위험천만한 축제로 알려져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다.
10명 가운데 4명은 지난 3일 새에 사망했다.
17일 페냐피엘에서 열린 소몰이 축제에 참가했던 33세의 호세 알베르토 페냐스 로페스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돌진한 소에 여러 번 들이받혀 숨졌고, 팜플로나 북쪽 레린에서는 18세 참가자가 황소에 배를 받혀 사망했다.
또 블랑카와 무세로스 지역에서도 각각 53세와 32세 관람객이 소에 받혀 목숨을 잃었다.
스페인에서는 전통적으로 팜플로나의 산페르민 소몰이 축제가 유명하지만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스페인 전역 다른 지방에도 비슷한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들어 유난히 소몰이 축제 사망자가 늘어난 것은 소몰이 축제 자체가 작년보다 16%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스페인에서 투우경기가 감소한 탓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의 투우 비평가인 안토니오 로르카는 “경기 침체로 올해 스페인 투우 경기가 300회 이상 줄었다”며 “그렇지만 투우용 싸움소를 키우는 목장 수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목장주들이 싸움소를 소몰이 축제에 대신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황소보다 더 힘세고 공격적인 투우용 황소들이 소몰이 축제에 참가한 탓에 소가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도 늘었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사진이나 비디오 촬영에 주의를 빼앗긴 사람들이 많아진 점도 사망자 증가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지난 9일 비야세카 델 라 사그라 지역에서는 소몰이 축제를 촬영하던 32세 남성이 뒤에서 황소에 받혀 사망했으며, 지난달에는 페르데게르 지역에서 44세 프랑스인이 휴대전화로 축제를 촬영하다 숨졌다.
헤수스 이호사 비야세카 델 라 사그라 시장은 “황소는 위험한 동물임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항상 침착하게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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