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 꺼린 ‘숨은 보수층’ 못 읽어 국제 조롱거리 된 英 여론조사

응답 꺼린 ‘숨은 보수층’ 못 읽어 국제 조롱거리 된 英 여론조사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6-06-26 22:36
수정 2016-06-27 08:3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투표 당일까지도 “잔류 우세”… 빗나간 예측에 브렉시트 파장 키워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당일까지 EU 잔류를 예측한 여론조사업체의 신뢰도가 도마에 올랐다. 국민 여론을 잘못 읽고 오도된 여론을 바탕으로 한 정책은 국민과 더욱 괴리되게 한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오후 10시 투표 마감 직후 5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를 바탕으로 잔류가 52%로 탈퇴(48%)를 4% 포인트 차로 앞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입소스모리도 투표 전날부터 당일까지 이틀간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해 잔류(54%)의 8% 포인트 우세를 전망했다. 하지만 최종 투표 결과는 탈퇴가 51.9%를 득표하면서 3.8% 포인트 차로 승리한 것으로 나와 이들 조사기관은 신뢰에 먹칠을 했다.

앞서 영국의 여론조사업체들은 지난해 5월 총선 때도 대부분 보수당과 노동당의 초접전 또는 노동당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실제로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36.9%의 득표율로 의회의 과반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현지 언론들은 10%에 달하는 높은 부동층 비율과 브렉시트 지지자의 여론조사 회피 성향으로 인해 여론조사 예측이 빗나갔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화조사에서 잔류 측 응답률이 탈퇴 측에 비해 일관되게 10% 가까이 높게 나왔다면서 부동층 응답자에 대한 전화·온라인을 통한 조사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층 응답자들은 온라인과 달리 전화통화에서는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받게 돼 익숙한 상황(EU 잔류)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편향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것을 꺼려해 상대적으로 탈퇴 지지율이 높게 보였다고 분석했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자신이 반(反)이민주의자, 외국인 혐오주의자로 보일까 두려워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이는 보수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를 회피해 지난해 총선 여론조사에서 보수당 지지율이 실제보다 낮게 나온 현상과 비슷하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숨은 보수당표’를 일컫는 ‘샤이 토리’ 유권자가 이번에 영국 국민투표에서 충격의 주연을 맡았다. ‘침묵하는 다수’의 불만과 불신이 여론조사 예측을 빗나가게 했다.



런던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6-06-27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 여러분은 만족한가요?
15년 만에 단행된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 이후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라는 혹평과 함께 별점 1점 리뷰가 줄줄이 올라왔고, 일부 이용자들은 업데이트를 강제로 되돌려야 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카카오는 개선안 카드를 꺼냈다. 이번 개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1. 개편 전 버전이 더 낫다.
2. 개편된 버전이 좋다.
3. 적응되면 괜찮을 것 같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