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탑 ‘수탉 청동’ 잿더미서 극적 발견… ‘16개 조각상’도 구사일생

첨탑 ‘수탉 청동’ 잿더미서 극적 발견… ‘16개 조각상’도 구사일생

최훈진 기자
입력 2019-04-17 22:50
수정 2019-04-1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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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대성당 성물·유물들

90m 높이 첨탑 붕괴 때 사라진 청동상
佛 건축연맹회장이 폐허 뒤지다 찾아내
가시면류관·장미 창 3개·오르간도 무사
첨탑 16개 조각상 나흘 전 옮겨 살아남아

드니 유물 등 예술품 5~10% 훼손 추정
일부 성물은 곧 루브르 박물관으로 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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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건축연맹 자크 샤뉘 회장이 16일(현지시간) 파리 노트르담대성당 화재 폐기물 더미에서 극적으로 찾아낸 수탉 청동조상을 들고 있는 모습.  자크 샤뉘 회장 트위터 캡처
프랑스 건축연맹 자크 샤뉘 회장이 16일(현지시간) 파리 노트르담대성당 화재 폐기물 더미에서 극적으로 찾아낸 수탉 청동조상을 들고 있는 모습.
자크 샤뉘 회장 트위터 캡처
프랑스 파리의 상징 노트르담대성당의 첨탑 끝을 장식했던 수탉 청동조상이 화재 폐기물 더미에서 기적적으로 발견됐다. 첨탑과 목조 지붕이 화마에 무너지면서 첨탑 안에 보관돼 온 주느비에브 성녀와 드니 성인의 유골 등 유물 일부가 소실된 것으로 추측되지만, 수탉 청동조상을 포함해 파이프 8000개로 만든 15세기 파이프 오르간, 가시면류관·성 십자가 등 가톨릭 성물, 원형 스테인드글라스 ‘장미창’ 3개, 프랑스 왕 루이 9세가 착용한 튜닉(상의) 등 대부분의 역사적 명물이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노트르담대성당이 소장한 역사적 명물 가운데 수탉 청동조상이 잿더미 속에서 극적으로 회수됐다. 이 청동조상은 성당 지붕 위 첨탑 상단에 설치돼 90m 높이에서 파리 시내를 굽어보고 있었다. 첨탑이 붕괴되면서 청동조상도 함께 사라진 것으로 추정됐었지만 프랑스 건축연맹 자크 샤뉘 회장이 화재 현장 폐허 더미를 뒤지던 중 극적으로 발견했다. 수탉은 프랑스의 국가적 상징이다.

샤뉘 회장은 대체로 온전한 모습의 조각상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리며 “믿을 수 없다”고 감격했다. 수탉 청동조상은 프랑스 혁명 이후 노트르담대성당 첨탑을 복원한 건축가 비올레 르 뒤크의 작품으로 1935년 10월 당시 파리교구 대주교이던 베르디에 추기경에 의해 ‘영적 피뢰침’으로 첨탑 끝에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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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12사도와 4명의 신약성서 복음서 저자를 상징하는 16개 조각상은 160년간 성당 첨탑을 장식해 왔으나 화재 발생 불과 나흘 전 복원작업을 위해 다른 곳으로 옮겨진 덕분에 운좋게 살아남은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화재 초기 소방관들이 옮겨 놓은 가시면류관은 예수 그리스도가 썼던 것으로 알려져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보물이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나뭇가지를 원형의 다발에 엮은 것으로 원래 예루살렘에 있었으나 6세기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졌고 1238년 프랑스 국왕 루이 9세가 구입해 파리로 가져왔다. 노트르담대성당의 기념비적 유물인 대형 파이프 오르간도 다행히 심한 손상 없이 회수됐다.

다만, 프랑스 당국은 이번 화재로 무너진 첨탑 안에 1935년부터 보관돼 온 드니 성인과 주느비에브 성녀의 유골·머리카락·치아 등이 포함된 유물은 여전히 수색 중이다. 1630년부터 1707년까지 매해 5월 초 봉헌된 50개 그림(더 메이스) 가운데 화재 당시 성당에 전시돼 있던 13개 그림은 화재 진압을 위해 뿌려진 물에 의해 일부 손상돼 복구가 필요하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막심 큐뮤넬 종교유산관측소 사무총장은 “이번 화재로 대성당 예술품의 5~10%는 훼손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당의 유물을 구하고자 소방대원과 시민들이 만든 ‘인간 사슬’의 맨 앞에 섰던 파리 소방서의 사제 장 마크 푸르니에 신부.  장 마크 푸르니에 신부 트위터 캡처
성당의 유물을 구하고자 소방대원과 시민들이 만든 ‘인간 사슬’의 맨 앞에 섰던 파리 소방서의 사제 장 마크 푸르니에 신부.
장 마크 푸르니에 신부 트위터 캡처
시뻘겋게 타오르는 화염 속을 헤치고 성당 내부로 들어가 가시면류관 등을 구해낸 영웅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파리소방서 사제로 복무 중인 장마크 푸르니에 신부는 성당 안으로 들어가 유물을 꺼내기 위해 소방대원과 시민이 힘을 합쳐 만든 ‘인간 사슬’ 선봉에 섰다. 이들의 헌신 덕분에 화염을 피한 성물과 유물 일부는 파리시청에 안전하게 보관돼 있으며, 곧 루브르박물관으로 이송될 계획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9-04-1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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