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두 소녀 납치 용의자 살해 자백 “주검 불태워버렸다”

루마니아 두 소녀 납치 용의자 살해 자백 “주검 불태워버렸다”

임병선 기자
입력 2019-07-29 06:11
수정 2019-07-2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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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여성이 28일(현지시간) 수도 부큐레슈티에서 열린 두 10대 여성의 납치 살해 규탄 시위 도중 ‘우리를 믿어달라’고 적힌 마스크를 쓴 채 다른 여성들과 침묵 시위를 하는 여성들의 그림을 들고 있다. 부쿠레슈티 AP 연합뉴스
루마니아 여성이 28일(현지시간) 수도 부큐레슈티에서 열린 두 10대 여성의 납치 살해 규탄 시위 도중 ‘우리를 믿어달라’고 적힌 마스크를 쓴 채 다른 여성들과 침묵 시위를 하는 여성들의 그림을 들고 있다.
부쿠레슈티 AP 연합뉴스
15세 소녀의 상세한 납치 신고 전화에도 루마니아 경찰이 늑장 대처해 살인을 막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65세 남성 용의자가 15세 소녀와 18세 소녀 둘을 살해하고 시신들을 불태워 버렸다고 진술했다.

정비공인 게오르게 딩카의 변호인 보그단 알렉산드루는 28일(이하 현지시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취재진을 만나 의뢰인이 지난 24일 납치한 알렉산드라 마체사누(15)와 지난 4월 실종 신고된 루이사 멜렌쿠(18) 둘을 살해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완강히 진술을 거부하던 딩카는 입을 열어 둘을 주먹으로 때리자 이들이 대드는 바람에 격분해 마구 때려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변호인은 전했다.

마체사누는 남부 도브로슬로베니아에서 귀가하다 낯선 이의 승용차에 올라탄 뒤 자취를 감췄다. 다음날 아침 112에 납치 용의자의 휴대전화로 세 차례나 신고 전화를 걸어왔다. 자신을 태워주겠다고 한 남자에게 납치돼 있다며 갇혀 있는 건물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려줬다. 그리고 “그가 오고 있어요. 그가 오고 있어요”라고 외친 뒤 마지막 전화가 끊어졌다. 가족들은 경관들이 구조 전화에 진지하게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경찰은 그녀의 소재를 추적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15세와 18세 여성 둘을 납치 살해한 혐의를 인정한 게오르게 딩케가 28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중부 크라이오바 법원 밖으로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걸어나오고 있다. 크라이오바 AP 연합뉴스
15세와 18세 여성 둘을 납치 살해한 혐의를 인정한 게오르게 딩케가 28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중부 크라이오바 법원 밖으로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걸어나오고 있다.
크라이오바 AP 연합뉴스
경찰이 딩카의 집을 에워싼 것은 26일 새벽 3시였다. 먼저 두 집을 허탕친 뒤 세 번째 만에 딩카의 집을 확인했다. 그런데 수색 영장을 발급받는 데 시간이 또 걸렸다. 그나마 적법한 절차를 통해 발급받은 것도 아니었다. 아침에야 딩카의 집을 수색할 수 있었다. 소녀가 마지막 구조 전화가 다급하게 끊겼을 때부터 따지면 무려 19시간이 흐른 시점이었다.

그의 집 마당에서 뼛조각들이 대거 발견됐다. 마체사누가 지녔던 보석류도 발견됐다.

니콜라에 모가 내무장관은 이온 부다 경찰 총수를 해고했다. 경질한 이유에 대해선 “간절한 조치가 요구됐는데” 이를 방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그단 리쿠 검찰총장 대행은 안테나 3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찰이 시간을 끈 이유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 모든 것을 알려준 소녀는 구조될 수 있었는데 숨지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실종 3개월 만에 뼛조각으로 돌아온 딸의 죽음 앞에서 멜렌쿠의 부모들도 할말을 잃었다.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관 한 명이 “예뻐서 집을 나간 것 같다”고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해대 화가 치밀었다고 털어놓았다.

루마니아 국민들은 27일과 다음날 저녁 부쿠레슈티의 내무부 청사 앞에 꽃과 촛불을 바치며 애도하는 한편 수백명이 거리 행진을 하며 공권력과 사회민주당 집권 정부의 무능을 규탄하는 등 전국에서 비슷한 시위가 이어졌다. 비오리카 던칠러 총리가 이끄는 정부는 유럽연합(EU)의 사법개혁 요구를 묵살해 이런 화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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